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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1년 터키 경제의 변화: 리라화의 끝없는 추락

튀르키예 Meltem Ince Yenilmez Izmir Demokrasi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2/23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터키의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눈에 띄게 줄어든 빵집 매장 앞에는 손님들이 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의약품 · 우유 · 화장지 등 생필품 가격도 올라가고 있으며, 주유소도 공급량 부족을 이유로 문을 닫는 등 많은 분야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성난 시위대가 거리에 출몰했다. 2021년 12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36%를 기록해 전월의 21%에서 크게 올랐고, 진보노동조합연맹(DİSK, Türkiye Devrimci İşçi Sendikaları Konfederasyonu)은 “엄청난 생활비와 가격 및 요금 상승으로 등골이 휠 지경”이라는 논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DİSK, 2021). 터키는 약 2년 전 전 세계적 코로나19 위기와 공급망 병목현상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국가부채 증가와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 물가상승으로 인한 경기 불황과 씨름해왔지만, 최근 들어 이전까지의 경제 위기가 더욱 급속히 심화되어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2022년을 맞이하는 터키 경제를 둘러싼 주요 화두로는 각종 경제개혁에 더불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금리정책, 그리고 이로 인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 폭락과 물가상승을 들 수 있다. 터키가 2021년에 최대 중점으로 삼은 경제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단연 화폐가치의 변동으로,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의 구매력은 한해간 44%가량 폭락했다.

리라화 가치 변동의 주요 요인으로는 국내 시장의 움직임과 더불어 정부가 발표한 정책 및 조치로 인한 영향을 들 수 있다. 환율시장의 큰 유동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2021년 초에 달러당 7.44리라에서 시작한 환율이 12월 20일에 18.37리라까지 치솟았다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이 환율손실보전 리라화 정기예금제도를 발표하며 같은 날 저녁에 달러당 10.25리라로 뚝 떨어진 현상을 들어볼 수 있다.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정부와 중앙은행의 갈등
2021년 초 터키의 경제를 책임지던 이들은 나지 아발(Naci Ağbal) 중앙은행 총재와 루트피 엘반(Lütfi Elvan) 재무장관이었다. 2020년 11월에 임기를 개시한 아발 총재는 당해 마지막 두 차례의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높은 물가상승률과 환율을 통제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터키의 정책금리는 11월의 10.25%에서 12월에는 17%로 상향 조정되었고, 이전까지 달러당 8리라를 상회하던 환율은 7리라 이하로 하락했으며, 2021년을 맞이할 당시의 환율은 달러당 7.44리라였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차례의 발언을 통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지나치다는 불만을 표출했으며, 고금리가 오히려 고물가를 부추긴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터키 정부 내 대통령과 경제관료 사이의 의견 차이를 보여주는 일화는 이외에도 다수 존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와중에도 아발 총재 휘하의 터키 중앙은행은 2021년 1월 21일과 2월 18일에 각각 열린 두 차례의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기존 금리를 고수했으며, 3월 18일 회의에서는 기존보다 2%p 올라간 19%를 정책금리로 책정했다. 하지만 아발 총재는 본 결정이 내려진 지 이틀만에 해임되었으며,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샤합 카프지올루(Şahap Kavcıoğlu) 신임 총재가 대통령과 의견을 공유하는 측근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향후 금리 인하를 전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장이 긴장상태에 돌입하며 2021년 3월 환율은 단시간에 다시 달러당 8리라 이상으로 올라갔다 (Cnbc, 2021).

2021년 4~8월: 카프지올루 시대의 개막
3월 30일 터키 중앙은행 총회에 참석한 카프지올루 총재는 물가상승 대응을 강조하고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천명했으며, 이에 따라 환율이 장중 일시적으로 달러당 8리라 아래로 잠깐 떨어지기도 했다. 2021년 춘계동안 환율은 등락을 계속하며 달러당 7.42리라에서 8.62리라 사이를 유지했으며, 하계에는 대체로 달러당 8.48리라에서 8.68리라 사이를 오가다가 때때로 그 이상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카프지올루 총재가 지휘하는 중앙은행은 2021년 4월부터 8월까지 열린 모든 통화정책위 회의에서 19%의 기존 금리를 유지했다(Statista, 2021).

2021년 9~10월: 리라화 추락의 서막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의 본격적인 상승은 중앙은행의 입장 변화와 금리 인하로 인해 환율이 달러당 9.30리라를 기록한 9월부터 시작되었다.

9월 초에 발표된 8월 기준 물가상승률 통계는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상회할 것”이라는 이전의 중앙은행 입장이 더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터키통계국(TÜİK, Türkiye İstatistik Kurumu)이 9월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한달간의 물가상승률은 1.12%로, 연단위로 환산하면 중앙은행이 목표로 설정한 19%를 넘어서는 19.25% 수준이었다(Qantara, 2022). 상기 변화에 따라 시장은 중앙은행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는데, 본 사안에 대한 카프지올루 총재의 입장은 9월 8일 독일-터키 상공회의소(German-Turkish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회의에서 공개되었다 (Qantara, 2022).

카프지올루 총재는 이전 발언과는 달리 금리 하한선이 단순 물가상승률이 아닌 핵심 물가상승률(Core Inflation)로 설정된다는 새로운 입장을 내놓았는데, 이에 따라 당일 환율은 달러당 8.35리라에서 8.48리라로 올라갔다. 이후 9월 23일 개최된 통화정책위 회의에서는 기존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정책금리가 이전보다 1%p 낮아진 18%로 하향되었다. 상기 결정이 발표된 날 환율은 달러당 8.60리라에서 8.80리라로 상승했고, 9월 말에는 8.95리라의 고점을 기록했다. 리라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최대 8%가량 하락하면서 10월 한달간 환율은 달러당 8.89리라에서 9.85리라를 오가는 큰 변동을 겪었다(Reuters, 2021). 중앙은행은 10월 2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금리를 16.5%로 다시 한번 하향조정했으며, 이에 따라 당일 환율은 달러당 9.21리라에서 9.48리라로 올라갔다(TRCB, 2022). 중앙은행의 계속된 저금리 기조가 리라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환율은 연일 고점을 갱신했으며, 정부측의 정치적 발언 또한 이 경향에 기름을 부었다.

“고금리가 고물가의 원인”, “지나친 금리로 국민들을 고통받게 하지 않을 것”, “현재 금리 기조에는 문제가 없음”과 같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각종 발언은 환율 시장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었다. 리라화의 약세는 달러뿐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나타나는데, 일례로 중국 위안화 기준 환율은 2021년 한해간 92.2% 상승해 모든 통화 중 최대를 기록했다(달러 환율 연간 상승율은 86.3%).

2021년 11월: 심리적 저지선 붕괴와 정부의 신경제모델 발표
이어 11월 12일에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0리라를 돌파했고, 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월초 9.60리라에서 시작한 환율은 13.74리라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는 11월 18일 통화정책위 회의에서 15%로 재차 내려갔다(Euronews, 2021).

환율시장이 요동치면서 사회·기업·정치권 각계의 성토가 이어지자 터키 정부는 새로운 경제 모델 구상을 담은 성명문을 발표했다. 본 모델은 리라화 약세가 오히려 터키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액을 증대할 수 있으며,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환율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정부는 이를 터키식 모델이라 명명했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사례를 모방한 점이 많다고 보아 그 대신 중국식 모델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표 1> 2020~2021년 주요 통화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


* 자료: 터키 중앙은행(TRCB, 2022) 

2021년 12월: 달러-리라 환율의 사상 최고치 경신
리라화의 약세가 점차 가중되면서 환율은 2021년 12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고환율 기조와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월초 달러당 13.50리라 수준에서 시작한 환율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했다(Reuters, 2021).

12월 16일에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14%로 또다시 내렸으며, 이에 따라 환율은 12월 20일에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18.37리라까지 올라갔고, 유로-리라 환율도 최고치인 20.80리라를 기록했다. 환율 사태의 심각성에 대응하기 위해 내각회의를 개최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화계좌에서 리라화로 환전해 예치할 경우 추후 달러가치 상승으로 인한 손실분을 보전해준다는 취지의 환율손실보전 리라화 정기예금제도를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달러-리라 환율은 일시적으로 10.25리라까지 안정되었다(Fortune, 2021).

결론 및 향후 전망
달러-리라 환율은 2021년초 달러당 7.44리라로 시작했지만, 리라화 가치는 1월 한달간 1.63%, 1/4분기에 약 10%, 2/4분기에 5.61%, 3/4분기에 2.5% 하락하는 등 추락을 거듭했고, 한해 전체를 기준으로 한 가치하락은 44% 수준으로 집계된다. 

리라화의 추락이 계속되자 정부가 발표한 환율손실보전 예금제도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달러화 선호현상을 막지 못했을뿐 아니라, 손실보전을 위한 공공재원 조달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도 가져왔다. 2023년에 예정된 차기 총선 이전에는 통상적 정책기조로의 회귀 없이 통화확대정책이 계속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2022년에 깜짝 조기선거가 실시될 경우 정세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터키의 2022년 예상 평균 물가상승률은 52.6%로 전망되며,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환율은 2022년 말에 달러당 12~20리라, 2023년 말까지는 달러당 28리라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하향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이기에 환율과 물가 상승으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2022년이 터키 경제가 극복해야 할 최악의 1년이 될 것으로 보이기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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