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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브라질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브라질 이미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 2022/06/1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브라질 비료시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자원부국인 브라질 같은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곡물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시장의 주요 공급자들의 역할이 축소된 가운데 브라질이 반사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 농산물 수출국인 브라질은 전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리적 이점 외에 국제적으로 중립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로 자유 민주주의 진영이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와 같은 거대 신흥국들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예측과 달리 브라질에서 관측되는 전쟁의 영향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브라질 무역의 대표적 흑자 산업인 기업농의 외부공급망이 크게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중국, 인도, 미국 다음으로 세계 제4위의 비료 소비국이고 8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7년 브라질에서 소비된 총 3,414만 톤의 비료 중 수입이 약 75%를 차지했고, 2021년에는 4,000만 톤 이상의 비료 중 85%가 수입되는 등 해마다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브라질 비료 생산량과 수입량 변화(2000~2020)
* 자료: IFA(2019), COMEXSTAT- Elaboração: StoneX


2020년에만 브라질의 비료 수요는 전년도에 비해 12% 늘었으며, 2021년에는 세계적인 비료 소비가 증가 추세에 따라 다시 14% 증가했다. 비료 수요 규모는 2020년 18억 달러(한화 약 2조 2,780억 원)에서 2021년 35억 달러(한화 약 4조 4,295억 원)로 거의 두 배가 증가했으며 러시아에서 수입된 비료 가격이 2021년 21억 달러(한화 약 2조 6,577억 원)의 비료를 수입한 2위 수입국 중국보다 거의 70% 높게 나타났다1).

브라질 비료 시장에서의 수입국 분포를 보면 러시아의 비중이 가장 커서 2021년 22%에서 2022년 3월 23%로 늘어났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우방이 된 벨라루스로부터의 수입(4%)을 포함하면 그 비중이 27%로 증가하고, 두번째 수입국인 중국(15%)까지 러시아의 또다른 우방이 될 경우 브라질 내 비료수입에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 상품인 대두, 옥수수, 사탕수수, 커피, 면화의 생산성 제고는 높은 기술이 접목된 경작지에서 광범위한 비료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어 경작지 확대와 비료 수입 증가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비록 그 외의 수입국이 캐나다(10%)를 비롯하여 다변화된 구조로 되어 있고 브라질 정부의 발표처럼 아직 2022년 10월까지는 물량 확보가 되어 전쟁이 장기화만 되지 않으면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 재제로 인한 공급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브라질 농업에 대한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즉 러시아와 우방국으로부터의 수입비중이 큰 관계로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의 행보에 따라 브라질 농작물 생산비용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표 1 >참조)

<표 1> 브라질의 비료수입 의존국가들과 그 의존도
* 자료: MAPA; Stonex; Poder 360


전쟁과 비료공급 체인
비료는 모든 작물 성장에 필수 영양소이고 식량 생산환경 개선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비료가 원자재는 아니지만 브라질 농업의 특성상 비료 사용이 생산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중간 투입재(inputs) 로서 토양에 영양소를 공급하고 비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브라질 토양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북반구 국가들과 달리 영양분이 결핍된 특성상 비료 사용을 통해 비옥도를 높인다. 브라질에서 대규모의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하두(Cerrado)2) 지역은 풍부한 수분과 함께 깊고 평평한 환경적 이점을 갖고 있지만 열대기후 토양에서 흔히 발생하는 용탈(溶脫)과 라테라이트(Laterite)화로 인한 영양소 결핍으로 인해 비료 투입이 필요하다3)

반면 브라질이 수입에 의존하는 광물질 비료는 농업발전에 매우 중요하지만 생산 사슬 전체를 통해 생태적 피해를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 광물 채굴을 위해 광범위한 삼림 벌채로 인한 생산 지역 생물의 다양성 파괴가 일어날 수 있으며 비료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체 폐기물과 함께 액체와 기체 유출물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 암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댐에 남아있는 고형폐기물이 토양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지하수와 관련된 수역도 오염시킬 수 있다. 또한 화학 물질과 산의 이용은 불소와 미립자 물질 및 황, 질소 산화물, 산성 증기를 포함한 잔류물을 생성하고, 산과 암모니아와 같은 액체 폐수는 유기물(질소, 인 및 칼륨) 함량이 높은 이유로 잘못 처리하면 강과 호수를 부영양화 시킬 수 있다. 즉 광물비료의 생산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4).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비료 중 N, P, K는 식물 영양에 가장 중요한 3대 영양소인 질소(N), 인(P) 칼륨(K)으로서 전통적으로 토양의 산도 조절과 보정 역할을 한다. 질소는 천연 가스에서 추출하고 러시아가 세계 2위의 생산국이자 최대 수출국이며, 인과 칼륨은 광물제품으로 역시 러시아에 풍부하다. 브라질 농업 비용에서 비료의 비중이 30%를 차지하는 가운데 브라질은 농업을 위한 엄청난 비료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국내 생산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수입으로 대체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브라질에서 소비된 NPK비료의 양은 연간 5.4%씩 증가했고,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되는 수입량 증가와 함께 수입선도 다변화되고 있다5).(<그림 2> 참조)

<그림 2> 2021년 원산국 별 NPK 비료 수입 비중(%)

* 자료: Comextat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식량 수급 불균형에도 브라질의 상품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성장세는 기존의 비료공급망 체계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감행으로 인해 농업상품에 이어 세계 비료 공급망 체계가 흔들리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지만, 20년 이상 유지되어 온 비료 공급망 체계를 하루아침에 재편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브라질은 지리적으로 전쟁에 연루될 직접적 위험소지가 적어 전망 좋은 농업상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지만 세계적 생산 사슬 전체 구조에서 지정·지경학적으로 결코 유리하지 않다. 

식량주권과 브라질 비료산업 계획
비료수입 증가와 농업 비용 상승은 식량 ‘주권문제’ 와 깊은 관계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중순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 회동은 양국의 외교적 친선관계 확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 방문 이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우리에게 비료는 신성한 것"이고 브라질이 러시아 비료에 의존하므로 전쟁에 대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브라질 비료산업 구조가 획기적으로 재편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6).

미셰우 테메르(Michel Temer) 전 대통령 집권기부터 현 보우소나루 집권 기간 동안 브라질 내 세 개의 페트로브라스(Petrobras) 비료 공장이 폐쇄되면서 러시아 비료에 대한 브라질의 의존도는 더욱더 높아졌다. 미국 컨설팅 업체 스톤엑스(StoneX)가 작성한 브라질 비료보급협회(AND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에 브라질 농부들이 사용하는 비료의 약 84%가 수입되었고, 2022년 말에는 85%로 수입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료의 수입의존도가 심화되어 감에 따라 브라질 연방정부는 대응방안으로 2022년 3월 비료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국가비료계획(PNF, Plano Nacional de Fertilizantes)을 발표하면서 기업농 발전을 위한 촉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동 계획은 브라질 내 비료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부문의 복잡성을 고려하여 생산사슬의 주요 주체들과 핵심 과제 - 전통산업, 농촌 생산자, 신기술, 광물 투입재, 혁신, 환경지속가능성 - 를 중심으로 논의한 향후 28년간(2050년까지) 비료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PNF는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상품 개발 범위에 유기광물과 유기비료 및 농업용으로 사용가능한 부산물, 생체분자, 나노 물질 등을 포함시키고 생산 사슬 확대와 심화차원의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7).  

그러나 이러한 브라질 정부차원의 미래지향적 국가계획에도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실제로 브라질 비료시장에 위기가 닥쳤던 2008~2009년이나 비료 수입을 줄이자는 2011~2017년 계획이 실행되지 못한 경험에 비춰 최근 발표한 보우소나루 정부의 계획 역시 ‘문서로만 남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나, 시작은 했지만 중단해 온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예측이 자리잡고 있다8). 단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정부차원의 수입대체 계획이 기업들과 협력하여 국가적 산업으로 안착될 때 수입에 의존하던 구조적 폐단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모든 계획의 실천은 한번에 이루어질 수 없다. 20세기 브라질이 수입대체 산업화로 급성장하던 시기에도 국가적 계획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 실천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각주
1) Carrança, Thais (2022.03.03)
2) 세하두는 브라질 중서부 일대와 북부지역 일부를 포함한 광활한 지역으로 아마존 열대우림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삼림대이며 국토개발이 가장 잘 되어 있는 남동부와 남부지역과 연결되어 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확장과 오지개발 정책을 기반으로 세하두를 중심으로 기업농이 이식되기 시작했다. (이미정, 2021, 중남미연구 제40권 1호 P.224  
3) 용탈과 라테라이트화는 고온 다습한 열대기후 토양에서 흔히 나타난다. 용탈(침출)은 지표수의 유거수에 의해 토양 표층이 세척되는 과정이며 일반적으로 식물 피복이 없는 토양에서 발생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옥도가 크게 감소한다. 라테라이트화 작용은 풍화 또는 인위적으로 발생하며 토양에 철이나 알루미늄의 수화 산화물이 다량 축적되어 토양이 붉어지고 태양에 노출되는 동안 표면이“응고”되면서 토양이 산성화되어 비옥도가 낮아진다. Brasil Escola, “O que é lixiviação do solo?” https://brasilescola.uol.com.br/o-que-e/geografia/o-que-e-lixiviacao-solo.htm; Brasil Escola, “O que é laterização?“, https://brasilescola.uol.com.br/o-que-e/geografia/o-que-e-laterizacao.htm 
4) Propequ(2020.09.24), “Fertilizantes: processo produtivo e considerações ambientais”, https://propeq.com/fertilizantes/
5) Carrança, Thais(2022.03.03), op. Cit.
6) Konchinski, Vinocius(2022. 03.02), “Petrobras fecha fábricas e expõe Brasil à falta de fertilizantes russos durante guerra”, Brasil de Fato.
7) Ministério da Agricultura, Pecuária e Abastecimento, “Governo Federal lança Plano Nacional de fertilizantes para reduzir importação dos insumos”, https://www.gov.br/agricultura/pt-br/assuntos/noticias/governo-federal-lanca-plano-nacional-de-fertilizantes-para-reduzir-importacao-dos-insumos
8) Carregosa, Lais & Barbosa, Marina(2022.04.10), “Plantas inativas podem aumentar produção de fertilizantes em 62%”, Poder360, https://www.poder360.com.br/economia/plantas-inativas-podem-aumentar-producao-de-fertilizantes-em-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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