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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 국방 현대화 사업에 따른 한국과의 방산 협력

폴란드 Levi Nicolas Vistula University (Warszawa, Poland) Professor 2022/09/0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1989년 11월 1일에 동서냉전의 동유럽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한국과 수교한 폴란드는 2010년대 초반부터 한국과의 전략적 군사 동반자 관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고, 원래 양국 간 군사 장비 판매의 형태로 이루어지던 한국과 폴란드의 방산 교류는(Mencel 2016: 118) 최근 들어 군사기술 공급 및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한편 안보 이외의 분야에서도 한국은 폴란드에 대규모 투자를 시행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이자 폴란드산 식품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Nacewska-Twardowska 2016: 454).

지난 수십 년간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한국은 오늘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무기 공급원으로 도약했는데, 일례로 2017~2021년 한국이 수출한 무기 중 24%가 NATO 회원국으로 향했으며, 주요 고객으로는 영국(14%), 노르웨이(6%), 폴란드(3%), 터키 및 에스토니아(1% 미만)를 들 수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NATO 장비와의 호환성이 보장되고 산업 간 협력에도 열린 자세를 보이는 한국이 주요 방산 거래 대상국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폴란드 국방 현대화 사업의 추진 배경
폴란드는 이전부터 영국 및 미국과 방공 분야를 중심으로 각종 군사 협력 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일례로 2018년에는 미국제 패트리어트(Patriot)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결정해 2023년까지 전력화를 완료할 예정이다(Mackiewicz, 2021: 141). 하지만 폴란드 국방부가 자국 방위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22년 2월 24일부로 개시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현재 전쟁터로 비화한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동쪽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이다. 둘째, 러시아 정부의 확전 부인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입장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의중을 알 수 없는 위험 국가이기에 정책결정자들이 모든 잠재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폴란드는 자국 방위산업을 강화함과 동시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군사 작전이나 전쟁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효율적인 군사 장비 운용 및 정비 역량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전까지 폴란드의 주요 안보 협력국은 미국과 영국이었지만, 예산의 한계로 인해 협력 사업의 규모와 범위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는 조국수호법(Law on the Defense of the Fatherland)을 제정하고 국군지원기금(Armed Forces Support Fund)을 신설해 국방예산을 크게 늘렸고, 이 재원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미국산 무기와 호환성을 지닌 한국제 무기 획득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한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Fryska-Son 2019: 27).

한국은 폴란드가 전시에 돌입할 경우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군사기술을 제공해 주는 국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접경국 우크라이나의 경우 개전 초기에 병기 공장이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아 무력화되면서 자체 무기 생산능력을 상실해 서방 국가의 장비 지원에 극도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점에서 폴란드가 한국산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폴란드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기 도입의 기대효과와 계약 세부 내용
폴란드의 마리우스 브와슈차크(Mariusz Błaszczak)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2022년 7월 27일, 한국으로부터 군용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 규모의 계약을 공식 승인했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계약은 규모와 중요성 면에서 폴란드가 최근 단행한 수주건 중에서 으뜸으로, 장비 도입이 완료될 경우 폴란드가 보유한 억지력과 방위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Szef MON zatwierdził umowy na uzbrojenie z Korei Południowej: 2022).

상기 계약에 따른 무기 생산 과정에는 폴란드병기그룹(PGZ, Polska Grupa Zbrojeniowa)과 더블유비그룹(Grupa WB) 등 폴란드 기업도 폭넓게 참여하고, 조달 과정의 신속한 진행과 대규모 기술 이전도 계약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2014년 12월에 자국 크라프(Krab) 자주포에 들어가는 K9 차체의 현지 생산 면허를 취득한 PGZ의 계열사 후타 스탈로바 볼라(HSW, Huta Stalowa Wola) 정도를 제외하면  약 10년 전만 해도 한국 정부의 자국산 군사 장비 판매 제안에 폴란드 기업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데에 비한다면 엄청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Współpraca wojskowa z Koreą. Poncyljusz: kraj dla nas korzystny, z jednego powodu: 2022).

한편 한국산 무기 구입을 주관하는 폴란드 기관은 국방부(Ministry of National Defence) 산하에 설립되어 재무부(Ministry of State Treasury)의 자금 지원을 받는 병기청(Armament Agency)이고, 한국 측에서는 K2 전차 공급을 담당하는 현대로템, K9 자주포 공급을 책임지는 한화디펜스, 그리고 FA-50 계열 항공기를 조달하게 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참여한다. 상기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 규모의 계약은 광범위한 기술 이전과 폴란드 영토에서의 산업 잠재력 확대를 기조로 무기 종류에 따른 3개의 하위 사업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집행될 예정이고, 먼저 기본 협약(framework agreement)을 통해 군사 장비 조달 절차를 최적화한 뒤 현재 초기 단계에 있는 폴란드군 현대화 사업에 최신 장비를 공급해 실제 작전 능력을 신속히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무기별로 상세 내역을 살펴보면 먼저 K2 전차 사업 1단계에서 2022~2025년 동안 총 180대의 K2 전차가 폴란드로 인도되며, 초기 인도분 도착과 동시에 한국 측의 정비 지원이 개시된다. 또한 한국 육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시뮬레이터 장비를 지급하고 운용인력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훈련 패키지도 1단계 사업의 구성요소 중 하나이다. 이후 2단계에서는 2026년부터 폴란드화된 K2PL 개량형 전차 800대를 추가로 생산하게 되고, 이와 동시에 이전 인도분인 180대를 K2PL 표준에 맞추어 개량하는 작업이 수행된다. ‘빌크(Wilk, 폴란드어로 늑대)’라는 이칭을 부여받은 폴란드형 K2PL 전차는 K2 흑표(Black Panther) 전차를 기반으로 폴란드 국방부가 규정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디자인으로 개량되어 폴란드산 관측 장비를 탑재하게 될 것이다. 한국산 K2 전차는 별도 개량을 거치지 않고도 이미 폴란드가 요구하는 장갑 기준을 만족하고 있지만, 추가로 능동방어체계를 장착하면 탄도탄이나 지뢰 방호력을 더욱 늘릴 수도 있다.

K9 자주포의 경우 1단계 사업에서 2022~2023년 48대의 K9A1을 인도받아 우크라이나에 공여한 폴란드산 무기의 공백을 우선적으로 채우게 되며, 2024년에는 2단계 사업을 통해 한국에서 제조된 폴란드화된 600여 대의 K9PL 개량형 자주포 추가 도입이 개시되고, 2026년에는 현지 자체 생산을 시작한다. K9A1 초기 도입분에는 토파즈(Topaz) 전투관리체계에 폴란드산 통신 장비가 장착되고, 2단계에 들어서면 이들 모두를 K9PL형으로 개량할 예정이다. 현재 합의된 기술 이전 계획에 따르면 1단계에서 한국은 폴란드가 K9의 자체 운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단계에서는 K9PL 자주포의 현지 생산에 대비해 부품 공급망의 폴란드화를 개시한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인도되는 K2PL 물량은 한국에서 만들어지지만, 2026년부터는 폴란드 내 신규 공장이 생산을 전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KAI가 개발한 FA-50 파이팅 이글(Fighting Eagle)은 신예 시각화 장비와 통제체계, 현대화된 항법장치와 사격통제레이더를 갖춘 2인승 다목적 경전투기 겸 훈련기로, 폴란드는 해당 기체 48대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 먼저 FA-50 초기형 12대를 2023년 중순경 폴란드에 인도한 후, 2025년부터 폴란드화된 FA-50PL 개량형 경전투기의 인도를 시작해 2~3년 내로 주문 물량을 모두 소화할 방침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폴란드가 제공받는 서비스에는 FA-50PL 개량형 개발 및 개장, 훈련·군수 패키지, 탄약과 제조사 기술지원 등이 있으며, 이중 훈련 패키지에는 시뮬레이터 장비에 더해 처음에는 한국에서, 이후에는 폴란드에서 진행되는 조종사 교육이 포함된다. 또한 기술 이전을 바탕으로 폴란드에 건설되는 FA-50PL 정비소는 2026년부터 운영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는 상술한 무기 이외에도 핵심 안보 동반자인 한국과의 추가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논의된 대상에는 한국산 궤도차량이나 로켓포 도입, 차세대 전차 및 자주포 개발 과정에서의 합작사업 전개가 포함된다. 특히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비판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는 폴란드 해군 또한 앞으로 현대화 사업 전개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유망 분야라고 할 수 있다(Pac 2022: 132; Jura 2021: 86).

하지만 한국-폴란드 방산 협력에도 일부 장애물이 존재하며, 그 대표적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폴란드 내에서 K2 생산을 담당하기로 한 HSW가 기존에 보유한 시설은 연간 전차 생산대수가 최대 20대에 불과하기에 향후 원활한 작업을 위해서는 설비 증축이나 여타 공장 모색이 필요한 상황인데, 여기에 주어진 시간이 빠듯하기에 앞으로 사업 일정에 따른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K9 자주포의 경우 폴란드가 기존에 보유한 크라프 자주포와 기술적 수준이 유사해 과연 거금을 들여가며 굳이 해외에서 추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에 관한 이견이 폴란드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폴란드 의회 하원(Sejm) 국방위원회(National Defence Committee) 소속 파벨 폰실루스(Pawel Poncyliusz) 의원은 FA-50 도입에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는데, 그는 FA-50가 폴란드군 소요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아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뎅블린(Dęblin) 공군기지 도입용으로는 이탈리아제 M346 경전투기를 대안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Współpraca wojskowa z Koreą. Poncyljusz: kraj dla nas korzystny, z jednego powodu: 2022).

결론 및 한국 측의 기대효과
본고에서 소개한 한국과의 계약에 따라 폴란드는 자국군 현대화 과정에서 약 1,000대의 전차, 600대 이상의 자주포, 48대의 항공기를 획득해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주변국에 공격적 자세를 보이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무기 직도입에 더해 제한된 예산 하에서 진행이 가능하고, NATO 회원국은 아니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로 협력적인 관계에 있으며 무엇보다 방산 기술 선진화를 보이고 있는 한국 측이 제공하기로 한 기술 이전 또한 폴란드의 방위산업 잠재력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간 방산 협력은 폴란드의 안보 역량 향상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방산 수출 시장 확대라는 이점도 함께 가져오는 호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Jezioro 2021: 153). 현재 노르웨이가 독일제 레오파르트(Leopard) 전차의 대안으로 한국의 K2를 후보군에 올려놓는 등의 사례와 같이 앞으로 더욱 많은 유럽 국가들이 한국제 무기를 구매한다면 폴란드가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산 무기의 현지 공급 및 서비스망을 확충해 유럽 대륙의 생산·서비스 허브로서 기능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폴란드처럼 이미 한국산 무기를 구매한 국가들은 차기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기존 장비와의 기술적 호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산 무기 수출이 일단 시작되면 고객층이 지속적으로 확보되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이 폴란드를 비롯한 중·동부 유럽과의 방산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서 유럽 현지에서 나타나는 정세에 지니는 관심도 이전보다 더욱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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