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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칠레,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개혁에 대한 열망 담은 새 개헌안 마련해야

칠레 EMERiCs - - 2022/09/08

☐ 개헌안 부결

◦ 국민 투표 결과 반대 우세
- 칠레의 개헌 시도가 무산되었다. 칠레 현지 시각으로 2022년 9월 4일, 개헌 국민 총투표(plebiscite)가 진행되었다. 지난 1980년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 제정된 헌법을 약 40여 년 만에 바꿀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전체 유권자 가운데 개헌안에 찬성한 비율은 38%에 불과했으며, 62%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이번 개헌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되었다.
- 이번 국민 총투표는 선거권이 있는 칠레 국민 모두가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투표였다. 칠레 정부와 국회는 40여 년 만의 대사를 앞두고 국민 의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법으로 개헌 국민 총투표에 선거권을 보유한 모든 유권자가 반드시 참석하도록 관련 법안을 미리 통과시켰다.
- 따라서, 이번 총투표 결과는 개헌 이슈에 관심 있는 유권자 사이에서만 서로 표가 갈린 것이 아니라, 칠레 국민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개헌과 연관된 모든 정보가 유권자 전원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국민총투표 실행 시점에서의 칠레 국민의 전체적인 생각이 큰 왜곡 없이 드러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예견되었던 결과
- 큰 기대를 모았던 개헌안이 국민 총투표에서 부결되었지만, 칠레 사회와 정계 모두 그리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은 아니다. 이는 국민 총투표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각종 여론 조사에서 공개된 개헌안에 대해 찬성보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 총투표가 가까워질수록 찬성 비율은 계속 줄어든 반면 반대 비율은 높아졌다.
- 이처럼 부결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점쳐졌던 이번 개헌 국민 총투표였지만, 그래도 개헌 요구 자체는 높았기에 개헌안 반대 진영에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여러 차례 있었던 여론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개헌은 불발되었고,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개헌안 반대 진영은 곧장 공식 성명을 내고 개헌 국민 총투표에서의 승리를 선언했다.

◦ 이번 개헌안을 반대한 이유
- 다수의 칠레 국민이 이번 개헌안에 반대 의사를 표한 가장 큰 이유는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쪽은 변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좌파와 사회적 소수자의 의견을 지나치게 반영했다는 불만을 표했다.
-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22년 7월 초 개헌안 내용이 확정 공개되자, 칠레 학생 운동 단체는 개헌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개헌안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개혁 내용이 퇴보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 반면, 개헌 반대 진영에서는 개헌안이 특정 세력의 요구만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는 주로 우파 성향을 띄는 이들 개헌 반대 진영은 개헌안이 좌파와 여성 운동가, 그리고 성소수자의 요구를 지나치게 많이 반영했다 말하면서, 개헌 시도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 개헌 작업 재개될 것

◦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새 개헌안 작성 의지 보여
- 개헌 국민 총투표는 칠레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에 실시되었다. 밤새 진행된 개표에서 개헌안 부결이 확실시 되자 다음날인 2022년 9월 5일 월요일,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칠레 대통령은 모네다 대통령궁(La Moneda Presidential Palace)에 각 당 지도자를 소집을 요청했다.
- 보리치 대통령은 여야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개헌안 부결을 언급한 후, 즉시 다음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동시에, 보리치 대통령은 칠레 발전과 개혁을 위해서는 제정된지 40년 이상 지난 군사 독재 시절의 구 헌법을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헌법 개정 요구 여전히 높아...내용이 문제
- 비록 이번 개헌 국민 총투표에서 다수 칠레 국민이 개헌안을 반대했지만, 이는 칠레 여론이 개헌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헌 논의 자체가 구조적 사회 불평등을 야기한 헌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으며, 여전히 많은 칠레 국민이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단적으로, 최근 칠레는 물 부족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물 배급 제도까지 실행하고 있는데, 이는 오랜 가뭄도 원인이지만 수자원의 사유화를 인정한 헌법으로 인해 그나마 남은 물을 기업형 농장 등 거대 자본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민의 경우, 수자원 사유화 철폐를 명시한 이번 개헌안에 찬성했다. 이와 비슷하게, 칠레 이곳저곳에서 신자유주의에 기반해 빈부격차를 야기한 구 헌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 개혁 열망을 등에 입은 정부, 개헌 반드시 필요해
- 이처럼, 칠레 국민은 여전히 개헌을 원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22년 3월 취임한 보리치 대통령은 보수 우파에 의한 정치와 사회 불평등을 바꾸어 달라는 국민적 열망에 힘입어 대선에서 승리했다. 따라서, 보리치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구조적인 개혁과 이를 통한 정치적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 칠레는 40여 년만의 개헌이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개헌 요구가 사그러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행 헌법으로는 칠레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기에, 칠레는 계속해서 헌법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Guardian, Chile votes overwhelmingly to reject new, progressive constitution, 2022.09.05.
Aljazeera, Chile says emphatic no to proposed new constitution in referendum, 2022.09.05.
CNN, Chilean voters overwhelmingly reject proposed leftist constitution, 2022.09.05.
National Public Radio, Chileans have rejected a new, progressive constitution, 2022.09.05.
BBC, Chile constitution: Voters overwhelmingly reject radical change, 2022.09.05.
Aljazeera, Chile’s new constitution finalised after turbulent process, 2022.07.03.
Voice of America, Chile’s Proposed New Constitution Heads to September Referendum, 2022.07.05.
Africa News, Police use water cannons on students protesting in Chile, 2022.07.05.
U.S. News, Chile's Boric Takes Center Stage as Vote Over New Constitution Nears, 2022.08.01.
Reuters, Boric says Chile should draft new constitution if current proposal fails, 2022.07.16.
FAIR, Chile’s Draft Constitution: Undemocratic—or Too Much Democracy?, 2022.08.01.
National Public Radio, Chile's new constitution is put to the test at a vote, 2022.09.02.
Aljazeera, ‘Sense of abandonment’ as Chile rejects new constitution, 2022.09.05.
AXIOS, What's next for Chile's constitution,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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