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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튀르키예 강타한 대지진 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 불가피

튀르키예 EMERICs -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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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부에 사상 최악의 대지진 발생


튀르키예 남부 지역에서 규모 7.8 대지진 발생으로 사망자 수 3만 5,000명 넘어… 에르도안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에 있는 도시 카흐라만마라스 (Kahramanmaraş) 인근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7.8 강진이 발생해 튀르키예와 국경 너머 시리아에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진 발생 몇 시간 후 해당 지역에서는 다시 리히터 규모 7.5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였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 Disaster and Emergency Management Authority)은 카흐라만마라스, 가지안테프(Gaziantep), 산르우르파(Sanliurfa), 디야르바크르(Diyarbakir), 아다나(Adana), 말라티아(Malatya), 오스마니예(Osmaniye), 하타이(Hatay), 킬리스(Kilis), 아드야만(Adiyaman) 10개 주가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하였다. 프랑스24(France24)는 튀르키예 내무부를 인용하여 2월 24일 기준 튀르키예에서만 사망자가 4만 4,218명 발생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 피해를 입은 10개 주에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약탈을 일삼고 불안을 야기하는 선동꾼들을 단속하기 위해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설명하였다. 튀르키예 헌법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 선포 시 행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 내진 설계 미비했다는 점도 대규모 인명 피해 배경으로 지목

튀르키예 국토 대부분이 포함된 아나톨리아(Anatolia) 반도는 아나톨리아판(Anatolian Plate)이 유라시아판(Eurasian Plate)과 아라비아판(Arabian Plate)과 부딪치면서 북아나톨리아단층과 동아나톨리아단층을 만들어 낸다. 20세기 초부터 인류가 본격적으로 지진학 연구를 시작한 이래로 아나톨리아반도에서 관측된 대규모 지진은 주로 총 길이가 1,500㎞에 달하는 북아나톨리아단층에서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번 카흐라만마라스 지진은 동아나톨리아단층이 그동안 모아두고 있던 에너지를 단번에 방출한 사건이다. 따라서 규모 7.8의 폭발적인 지진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튀르키예 남부 지역 건물들에 내진 설계가 미비했다는 점 역시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지역에 200년 이상 대지진이나 경고 징후가 없었던 상황에서 내진 설계 미비, 지진 대비 수준이 낮은 점 등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 1822년 8월 13일 튀르키예 남부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7.4 강진이 일어난 적이 있고, 당시 오스만제국 도시였던 알레포(Aleppo)에서 7,000명 이상 사망하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여진(餘震)이 거의 1년 동안 이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번 카흐라만마라스 지진 후에도 크고 작은 여진이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2월 20일에 하타이(Hatay)주에서 리히터 규모 6.3의 제법 강한 여진이 발생하여 최소 6명이 숨졌다.


이미 경제 위기의 튀르키예 강타한 대지진
벼랑 끝으로 내몰린 튀르키예 경제

10개 도시의 송전선과 가스관에 심각한 피해 발생, 인프라 파손 심각한 수준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의 국가 인프라가 입은 손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가스관 운영사 보타스(BOTAŞ)와 송전회사 에네르지사(Enerjisa)는 지진 피해 지역에서 가스관과 송전선 피해 실태 점검에 나섰다. 파티흐 된메즈(Fatih Dönmez) 튀르키예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지진 발생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이 전력망과 천연가스관에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고 발언하였다. 이에 따라 카흐라만마라스, 가지안테프, 하타이와 다른 지역에서 가스 공급이 끊겼다. 보타스 관계자들은 현장 날씨가 좋지 않고 지형 기복도 심하여 가스관 복구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하면서 지역 천연가스 배급회사들과 조율하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파티흐 된메즈 장관은 튀르키예 송전공사(TEIAŞ, Türkiye's Electricity Transmission Corporation)가 관리하는 30개 송전소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기업연맹, 지진 피해로 인한 피해 규모 840억 달러로 추산… 경제난 가중 불가피
튀르키예 경제계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자그마치 841억 달러(한화 약 110조 5,471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튀르키예 정부가 자체 추산한 피해 규모 500억 달러(한화 약 65조 7,293억 원)를 훨신 넘어서는 수준이다. 튀르키예경제인연합(Turkish Enterprise and Business Confederation)은 파손된 주택 수리비에 708억 달러(한화 약 93조 813억 원), 지진으로 인한 간접적인 국민소득 손실분 104억 달러(한화 약 13조 6,729억 원)와 노동일수 손실 29억 달러(한화 약 3조 8,127억 원)로 이번 지진 피해 규모를 화폐로 환산하여 발표하였다.

이미 경제난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가 이번 지진으로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미국 달러당 튀르키예 리라(lira) 가치가 2022년에 30%가량 추락하면서 튀르키예 국민의 구매력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2023년 5월 14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낮춰 경제성장률을 지탱한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리라화 가치 평가절하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시난 울겐(Sinan Ulgen) 경제외교정책센터(Center for Economics and Foreign Policy) 소장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NATO)에 반대하면서 서방 진영과 대립하고 있는 튀르키예가 지진 피해 발생 후 얼마간은 서방의 압력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그런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상 최악의 지진을 ‘인재’로 규정하고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한 책임 따지는 튀르키예 정부 

튀르키예 정부,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의 건설업자들 대거 체포
튀르키예 정부는 이번 지진 피해 발생을 도급 건축업자들이 건축법을 위반하고 내진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축물을 세워 발생한 인재로 보고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이즈미트(Izmit) 지진 때 건축법을 개정하여 신축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으나 도급 건축업자들이 공사비를 절감하여 잇속을 챙길 목적으로 철근을 넣지 않고 질이 떨어지는 시멘트를 붓는 등 위법 행위을 일삼은 정황이 속속 밝혀져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부실 건축으로 건물 수만 채가 무너진 책임을 물어 도급업자, 건축사 12명을 체포하였다. 2월 12일 푸아트 옥타이(Fuat Oktay) 튀르키예 부통령은 정부가 부실 건축에 책임이 있는 다른 건축업자 113명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부실 시공 업자 체포에 대해 대선 앞두고 비판 여론 잠재우기 위한 민심 달래기용이라는 분석도 제기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축 도급업자들에만 책임을 묻는 튀르키예 정부의 행보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판 여론을 달래려는 꼼수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 매체 닛케이(Nikkei)에 따르면 1999년 8월 17일 이즈미트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4 강진 때 주민 1만 7,000명이 사망하고 50만 명 이상이 살 곳을 잃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튀르키예 정부는 건축법을 뜯어고치고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였다. 그런데 건축 도급업자들이 건축법 위반 행위에 눈감아 달라며 공무원들에 뇌물을 바쳤고 튀르키예 정부가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적발한 후에도 소위 ‘건축 사면(construction amnesty)’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이미 지어진 집을 허물지 않고 기정사실로 보아 주민들이 엉망으로 지어진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하타이주에 있는 작은 도시 에르진(Ercin)은 최악의 지진 피해를 입은 인근 지역들과는 달리 무너진 건물 하나 없이 온전하고 사망자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는데 외케스 엘마소을루(Ökkeş Elmasoğlu) 에르진 시장은 건축법 규정을 어기고 지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도록 하고 도급업자들의 뇌물 유혹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튀르키예에서 건축 도급업자들이 건물들을 엉터리로 지은 후에 자신들이 직접 설립하거나 지인들이 운영하는 건축물 안정성 진단평가 전문회사에 내진 설계 평가를 받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튀르키예 건축가협회(Union of Chambers of Turkish Engineers and Architects) 소속 건축사 오르한 사리알툰(Orhan Sarialtun)은 이러한 도급업자들의 위법 행위를 알면서도 모른 채 한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이어지는 인도주의적 지원 

세계 각지에서 구호물자 쇄도
국제사회가 건국 이래 최악의 지진 피해를 겪고 있는 튀르키예를 향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가운데 최근 튀르키예와의 외교적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이스라엘이 구조인력을 가장 먼저 현장에 파견하였다. 2월 14일 엘리 코헨(Eli Cohen)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이 튀르키예를 방문하여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와 함께한다고 발언하였다.

2월 19일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튀르키예를 방문하고 1억 달러(한화 약 1,314억 원) 규모 재난 구호 기금 제공을 약속했다.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은 메블륫 차부쉬오울루(Mevlüt Çavuşoğlu)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과 함께 헬기에 탑승하여 재난 지역 상공을 둘러봤다. 유럽연합(EU)도 민간인보호프로그램(UCPM, EU Civil Protection Mechanism)을 통하여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 구호에 나서기로 하였고 21개 EU 회원국과 3개 UCPM 참여국이 구호인력 1,652명과 매몰자 탐지견 105마리로 편성된 38개 대응팀을 현장에 급파하였다. 또한, 12개 EU 회원국은 지진 피해로 집을 잃은 이재민에게 천막 등 쉼터로 쓰일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내 마음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발언하면서 UN이 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하였다. UN 산하 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는 긴급의료지원팀을 현장에 급파하여 치료가 시급한 중상자를 돌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중동부유럽 이웃 국가들도 튀르키예 지원에 발벗고 나서
중동부 유럽 각국도 튀르키예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70명으로 구성된 구조인력을 튀르키예로 파견하였고, 튀르키예 군용기 편으로 아드야만에 도착하여 구조활동을 개시했다. 폴란드 정부도 소방관 76명과 구조견 8마리를 튀르키예로 파견했고 가지안테프 북동쪽에 있는 베스니(Besni)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여 9명을 구조하는 성과를 냈다. 니콜라이 시우차(Nicolae Ciucă) 루마니아 총리는 클라우스 요하니스(Klaus Iohannis) 루마니아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국가긴급위원회(National Emergency Committee)를 소집하고 튀르키예에 구조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루마니아는 루마니아 공군 소속 C-130 수송기와 C-27J 수송기를 이용하여 구조팀과 물자를 직접 수송하였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민간인보호국(Civil Protection Directorate)을 통하여 식품, 텐트, 침대, 침낭, 담요, 히터, 의료용품 81만 8,600유로(한화 약 11억 3,500만 원)어치를 튀르키예에 전달하였다. 알렉산다르 부치치(Aleksandar Vucic) 세르비아 대통령도 “튀르키예를 위한 세르비아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세르비아가 공병대가 포함된 군병력과 민간 구조인력을 현장에 파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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