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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러시아, 국제조약과 UN 안보리 결의안 문제로 미국과 갈등

러시아 EMERICs -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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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의 대치로 헛바퀴만 도는 결의안


미국, 러시아가 제안한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 행사


10월 16일 UN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제안한 가자지구 인도주의 휴전안이 채택되지 못했다. 러시아가 제안한 휴전안에는 하마스(Hamas)를 극단주의단체로 규정하는 문구가 빠졌으며, 인도주의적 휴전, 모든 인질 석방, 지원 접근,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 휴전안에는 중국, 가봉, 모잠비크, 러시아, UAE 5개국이 찬성하였으나,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4개국이 반대하고, 알바니아, 브라질, 에콰도르, 가나, 몰타, 스위스 6개국이 기권했다. 하마스를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할지 여부로 안보리 국가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표결 이후 바실리 네벤지야(Vassily Nebenzia) 주UN 러시아 대표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서방국가들이 이기적이고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비난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가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았다며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UN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최소 찬성 9표를 필요로 하며, 상임이사국 모두가 반대하지 않아야 통과가 가능하다.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미국-러시아, 서로 결의안 제출 비난


10월 25일 미국이 주도하며 제출한 결의안도 UN 안보리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토마스-그린필드(Thomas-Greenfield) 미국 대표는 두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나란히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UN이  협력하여야 한다며, 안보리 이사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UN 안보리 국가 중 해당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는 10개국이었으며,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UAE가 반대표를 던졌고, 브라질과 모잠비크가 기권했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은 10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부결됐다. 부결 이후 토마스 그린필드 대표는 미국의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깊은 실망을 표명했다. 또한 미국 측은 러시아의 결의안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이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러시아와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에는 일부 유사한 부분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유사점으로는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에는 현재 절박한 상황에 처한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이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게 하는 인도주의적 중전과 유사한 표현인 인도주의적 중단(humanitarian pause)이 명시되었다. 한편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에서 국가의 자기 방어  조항이 강조되었으며, 러시아 결의안에는 민간인들을 남부 가자로 대피시키는 이스라엘군의 명령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CTBT 비준 철회하며 핵실험 가능성 열어둔 러시아

러시아, CTBT 비준 철회

11월 2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 CTBT는 1996년 체결된 협약으로 모든 핵실험을 금지해 새로운 핵무기 성능 개선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당시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154개국이 서명하였으며, 러시아는 CTBT를 비준하였다. CTBT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44개국이 비준해야 발효되지만, 미국 등 8개국이 비준하지 않아 발효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CTBT 비준 철회 이전부터 핵실험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피력해왔다. 2023년 10월 5일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핵실험이 진행될지 여부를 언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발언하였다. 또한 세르게이 리아브코프(Sergei Ryabkov)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러시아 정부가 CTBT 비준을 철회하면서도 협약에 서명한 국가로 이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할 경우 러시아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에서 CTBT 비준 철회 법안이 통과되자 러시아는 대규모 핵 공격 보복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의 CTBT 비준 철회 깊이 우려

러시아가 CTBT 비준을 철회하자 미국은 우려를 표명했다. 11월 2일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계획적으로 CTBT 비준을 철회하였으며, 불행히도 이는 러시아가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대한 조치라는 평론을 내놓았다. 또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국제 군비통제의 신뢰를 후퇴시키는 것이며, 향후 미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실험과 CTBT에 대한 발언들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는 것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 나아가 미국은 CTBT 발효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블링컨 장관은 첨언했다. 한편 미국은  CTBT를 비준하지 않은 8개국 중의 하나로, 미국 이외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중국, 북한, 이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이다.
 
유럽도 러시아가 CTBT 비준을 철회하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EU 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과 핵무기 사용 언급을 무책임하게 사용하며 위협해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EU는 러시아가 CTBT의 취지를 계속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CTBT는 핵 군축과 비확산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핵무기 실험 중단을 준수하는 것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EU는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 CTBT 비준 철회 이어 CFE 탈퇴 선언

러시아, CFE 탈퇴 선언

11월 7일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 재래식 무기 감축 조약(CFE, Treaty on Conventional Armed Forces in Europe)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2007년부터 유효성이 정지되었던 CFE가 완전히 러시아의 역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교부는 CFE와 법적으로 구속된 1990년 부다페스트 합의와 플랭크 문서(Flank Document)에서도 탈퇴한다고 밝혔다. CFE는 1990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조약기구(Warsaw Pact)가 체결한 합의로, 유럽(대서양부터 우랄산맥까지) 재래식 군사 장비로 분류된 품목들의 확대를 포괄적으로 제약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소련이 붕괴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해체된 상황에서도 CFE는 유지되었다. 하지만 2007년 러시아는 NATO 회원국들이 CFE 수정안을 비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여를 정지하였으며, 2015년 3월 NATO 회원국들이 CFE를 위반하고 있다면서 CFE의 완전 중단 선언과 동시에 합동 자문그룹에서도 탈퇴했다. 2023년 5월  푸틴 대통령이 CFE 탈퇴 대통령령에 서명한 이후 11월 러시아는 CFE의 완전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냉전 말기에 체결되었으며, 당시 세계와 유럽 안보의 새로운 구조 형성이 가능해 보였을 때 CFE가 체결되었다면서 CFE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미국과 NATO, 러시아의 탈퇴로 CFE 중단 선언

러시아가 CFE 탈퇴를 선언하자 같은 날 미국과 NATO도 CFE의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CFE의 중단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반(Jake Sullivan) 미국 국가안보자문은 성명을 통해 CFE 중단으로 군사 기획, 배치, 훈련에 영향을 주던 제약들이 사라지면서 NATO 동맹국의 억제력과 방어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커비(John Kirby) 미국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CFE를 탈퇴한 상황에서 미국이 CFE를 중단하는 것 말고는 더 나은 대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양당도 CFE의 중단에 합의했다. 미국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소속인 벤 카르딘(Ben Cardin)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 짐 리스치(Jim Risch)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카르딘 의원과 리스치 의원은 이번 기회에 미국 국가 안보 이익에 반하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게 유럽 내 미군 배치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NATO도 지난 6월 러시아의 CFE 탈퇴 발표를 비난하였으며, 러시아가 CFE를 탈퇴하자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NATO는 모든 회원국들이 필요한 기간 동안 CFE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NATO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CFE 탈퇴가 체계적으로 유로-대서양 안보를 저해하는 행위의 일환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과거부터 흔들렸던 군축 협상 성과들 

미국, ABM 조약 일방적인 탈퇴 선언

미국은 2002년 일방적으로 탄도탄 요격 미사일 제한 조약(ABM)을 탈퇴했다. ABM 조약은 1972년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 당시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Leonid Brezhnev)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조약이다. ABM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상대방의 탄도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에 제한을 두어 군비통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체결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도 위 조약은 계속 이행되었다. 1997년 소련의 계상국인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는 위 조약을 이행하겠다는 양해각서를 교환하였다. 한편 2001년 12월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당시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에 ABM 조약 탈퇴 의사를 전달하였으며, 이후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이 국제 무기 협약에서 탈퇴한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 이후 미국은 국방부 내 미사일방어청을 설립하였으며,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결정이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후 미국은 미사일 방어 체계를 수립하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미국, INF 탈퇴

2019년 미국은 러시아가 중거리 핵 전력 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위반했다며 INF를 탈퇴하였다. 러시아 측은 INF를 위반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부인하였으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시 미국 대통령은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독일과 영국, 폴란드를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은 미국에 동참하여 러시아가 INF를 위반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INF는 유럽 내에서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과 육상 미사일 발사를 모두 금지하는 조약으로 냉전 말기인 1987년에 체결됐다. 미국의 INF 탈퇴로 미국과 러시아 모두 육상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 500~5,500km에 달하는 재래식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을 자유롭게 개발하고 배치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미국은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군사적으로 위협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약을 위반했다며 2020년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을 탈퇴했다. 항공자유화조약은 1992년 체결되어 2002년부터 발효된 조약으로, 입국 상호 간의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여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국제협약이다. 위 조약에 따라 유로-대서양 지역에서 34개국은 단기 공지를 통해 타 회원국의 영공에서 비무장 정찰 비행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정찰 비행을 통해 얻게 된 데이터들은 전 회원국들에게 공유된다. 2002년 발효 이후 1,530건 이상의 비행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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