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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창조산업 증진을 통한 태국의 소프트파워 강화 전략

태국 Saowaruj Rattanakhamfu Thailand Development Research Institute(TDRI) Research Director 2024/04/0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조지프 나이(Joseph Nye) 교수가 주창하여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개념인 소프트파워는 특정국이 강제력 행사나 경제적 보상과 같은 수단 없이도 자신만의 매력을 바탕으로 타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주목받는다.1) 각국의 문화와 정치적 이상, 외교정책 노선 등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소프트파워는 오늘날의 국제관계에서 큰 중요성을 지니며, 풍부한 문화적 전통과 유산이라는 장점을 지닌 태국은 오래 전부터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서 이름을 알려왔다.

자국의 문화유산과 고유 관광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 국제무대에서의 소프트파워를 신장할 수 있음을 일찍이 인지한 태국 정부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창조산업을 기반으로 소프트파워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했다. 관광개발청(Tourism Development Office), 창조·디자인센터(Thailand Creative and Design Center), 소프트웨어산업증진청(Software Industry Promotion Agency) 등 다양한 기관이 설립되어 창조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양을 제공하고, 태국 정부가 설정한 포괄적 경제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 태국 정부는 2022년에도 소프트파워 증진을 재차 중점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자국 문화를 활용해 창조적 역량 개발, 경제적 가치 창출, 세계무대에서의 존재감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의 국가별 소프트파워 순위 추이, 그리고 전통문화 보존 노력이 직면한 도전요소를 감안하면 태국은 기존의 소프트파워 육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검토하고 개선할 필요성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글로벌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태국은 자국의 문화적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세계 무대에서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새로이 수립해야 한다. 

태국의 소프트파워 순위 하락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에서 집계하는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Global Soft Power Index)에서 2020년 32위를 차지했던 태국의 2023년 순위는 41위로 아홉 계단 하락했다(<그림 1> 참조).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항목을 분석해보면 태국은 기업·통상, 문화전통·유산, 인적요소·가치 분야에서 10점 만점에 4.3~4.8점 정도를 획득하며 선방했으나, 교육·과학, 거버넌스, 언론·통신, 국제관계 분야에서는 2.6~3.4점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취약점을 노출했다(<그림 2> 참조).


<그림 1> 2020~2023년 태국 소프트파워 순위 추이


(1위에 가까울수록 소프트파워 기반 영향력이 강함을 의미)

* 자료: 브랜드파이낸스


<그림 2> 2020~2023년 태국의 소프트파워 세부항목 평가점수 추이


(개별 항목당 10점 만점)

* 자료: 브랜드파이낸스


여기에 반해 세계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여겨지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의 경우 △활발한 기업환경 △견실하고 안정된 경제 △유효한 거버넌스 구조 △우호적 국제관계 △ 풍부한 문화유산 △효과적인 언론·통신 플랫폼 △교육·과학계의 선도적 실적 △높이 평가받는 사회적 가치 등 모든 핵심영역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중 미국, 영국, 일본은 애플(Apple), 롤스로이스(Rolls-Royce), 토요타(Toyota) 등 높은 인지도를 지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나 태국 브랜드는 세계 상위 100위권 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들 국가는 확고히 정착된 민주정치, 그리고 타국에 지원하는 경제원조나 장학금 등을 통한 우호적 국제관계 조성 측면에서도 태국을 큰 격차로 앞선다. 아울러 △미국의 할리우드, 영국의 해리포터, 일본의 망가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풍부한 문화적 자산 △CNN, BBC, NHK 등 저명한 보도기관을 위시한 효과적인 언론·통신채널 △미국의 하버드 대학,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등 유수의 교육기관이 상징하는 교육·과학계의 성과(반면 태국 대학은 세계 대학 순위 500위권 외) △영미권에서 널리 주창된 자유 및 권리 개념과 일본이 자랑하는 높은 신뢰성 등 보편적 가치 영역에서의 주도권도 미국, 영국, 일본이 태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소프트파워를 보유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준다.

문화적 매력 신장과 창조산업 혁신 촉진의 필요성
태국의 소프트파워 증진을 위해서는 국가적 매력의 핵심 구성요소 개선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태국이 지닌 최고의 매력은 다채로운 예술과 건축, 음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부한 문화적 전통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자산 덕분에 태국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광객의 절대적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2) 2020년에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세계 10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3) 한편 문화적 전통과 유산은 태국의 창조산업과 깊은 연관을 맺으면서 국내총생산(GDP)에도 크게 기여하는데, 태국 창조경제센터(CEA: Creative Economy Agency)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태국 창조산업의 규모는 GDP의 6.8%에 육박하는 1조 1,000억 바트(THB, 약 40조 원) 상당이며, 도합 100만 명의 인력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4)

전통문화 보존과 창조산업 증진을 위한 혁신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라타나캄푸(Rattanakhamfu) 등은 태국 창조산업의 미래 향방이 기술적 통합 달성 수준에 달려있다고 보는데,5) 여기서 혁신적 기술의 도입은 경제성장을 촉진해 태국이 더욱 역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어준다. 라타나캄푸의 추산에 따르면 태국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기대할 수 있는 GDP 연평균성장률(CAGR)은 혁신적 기술의 도입이 없을 경우 2.1%에 그치지만, 기술적 진보에 따른 변혁이 동반될 경우에는 4.5%까지 2배 이상 증가한다.

창조산업지원의 모범사례: 한국콘텐츠진흥원6)
태국이 소프트파워에 관한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자국 창조산업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계도하기 위하여 참고할 만한 사례로 한국의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들 수 있다. 문화 강국으로의 도약을 지원할 콘텐츠 사업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3개 기관의 통합으로 창설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현재 한국의 창조산업 관련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장하고 있다.

상품의 생산, 기획, 제조, 분배, 해외 진출, 그리고 기업 성장, 교육·훈련, R&D, 정책 재정지원, 정책연구 등 다양한 영역을 망라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다차원적 창조산업 육성책은 유관 산업의 효과적 지원책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로, 이러한 접근법은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개발, 패션, 음악, 만화, 신기술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산업적 소요에도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외에 자국 창조산업의 해외 진출과 인적자원 개발, 각종 연구를 지원하는 등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일례로 음악산업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재능개발, 앨범 발간, 국제 음악행사 참가 재정지원 등 다양한 구상을 시행 중이고, 이 밖에도 SNS를 통한 마케팅, 가사 외국어 번역, 그리고 사업기회 확장을 위한 아티스트-기업 교류행사 주최와 같은 구체적 서비스도 추가로 제공한다.

창조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의 필요성
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에는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 향상을 위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아울러 창조적 재능을 양성하고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상품의 질 개선, 혁신 촉진, 부가가치를 늘리는 방향으로의 시장 수요 대응을 유도하려는 노력도 창조산업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태국 정부의 창조산업 지원 업무는 현재 일관된 전략이나 임무 본위 접근법을 결여한 채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있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재능개발이나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창조산업을 확대하는 등의 장기적 목표보다는 일회성 행사나 축제 개최와 같은 단기적 목표에 치중하는 경향도 문제가 된다.7) 그렇기에 태국 창조산업의 발흥을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을 일관되게 시행할 수 있는 계획의 수립이 필수적이고, 주요 기관들의 태도를 창의적 방안에 개방적·우호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태국에서 제작된 호러 게임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은 태국 정부의 기존 창조경제 지원책이 지닌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전원 태국인으로 구성된 본 게임의 개발진은 원래 태국식 전통 악기와 무용 동작을 게임에 삽입하려 했으나, 태국 문화부는 해당 게임이 태국의 전통 무용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협조를 거부했다. 그 결과 제작진은 기존에 고안했던 캐릭터 디자인을 수정하고 태국식 전통 무용 동작이 아닌 자체적으로 새로 디자인한 동작을 삽입해야만 했다.8) 9) 이 사례는 창조산업 지원을 담당하는 태국 정부기관들이 보다 협력·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창의성이 마음껏 발휘되고 민-관이 세계무대에서의 문화자산 활용과 혁신 잠재력 실현에 공조하는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태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증진 구상
세타 타위신(Srettha Thavisin) 총리가 이끄는 태국 정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성공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 태국창조문화청(THACCA: Thailand Creative Culture Agency) 창설을 위시한 구상의 법제화 작업에 돌입했다. 태국의 소프트파워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려는 다차원적 접근법의 일환으로 고안된 이 구상은 총괄 감독기구인 THACCA의 설립 이외에도 소프트파워 뮤추얼 펀드 출범, 창조·디자인센터 확대, 법령 개정, 면허 발급 가속화, 검열 철폐를 통한 표현의 자유 증진 등 다양한 조치를 포괄한다.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은 2024년 4월에 태국 의회 하원에서 토의에 들어가 동년 10월까지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만약 법제화에 성공할 경우 태국 창조산업 환경의 가시적 진전을 이끌어내는 계기로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벤치마킹한 THACCA의 미래 성패는 효과적 정책 집행역량에 달려있고, 이러한 THACCA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례와의 유사성 확보, 혁신의 정신을 담은 임무 본위 접근법을 통한 적극적 산업 지원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타위신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소프트파워 전략위원회(NSPSC: National Soft Power Strategy Committee)는 태국 내 창조산업 진흥 정책을 최상위에서 감독하는 기관으로, 이전까지 문화부, 상무부, 산업부, 내무부, 총리실 산하 창조경제청(Creative Economy Agency) 등 복수의 공공기관과 민간주체로 분산되어 있던 관련 업무를 한 데 통합하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NSPSC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상호연계성을 지닌 여러 부문이 일회성 활동이 아닌 목표 중심적 접근법을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통합성을 확보하는 일, 그리고 공동의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노력이 이루어지도록 성과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이다. 단, 기관별로 업무가 파편화되고 일회성 활동을 중시하는 문화를 지닌 공공기관의 특성상 이 과제의 성공적 완수는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결론 및 제언
지금까지 주로 문화적 전통과 유산에 초점을 맞춰왔던 태국의 소프트파워 정책은 이제 그 범위를 넓혀 교육과 과학, 거버넌스, 국민들이 표방하는 가치, 기업 및 통상, 국제관계와 같은 여타 핵심요소를 추가로 반영해야만 한다. 이에 더해 종래의 창조산업도 전통적 경계를 초월해 일회성 행사나 축제와 같은 형식적 목표가 아닌 재능개발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확장과 같은 실질적 목표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로는 근로인력의 창의성 증진과 기술적 역량 강화, 그리고 장기적 목표에 중점을 둔 국가 차원의 전략적 목표 수립이 있다.
 
같은 취지에서 태국 정부기관은 △임무 본위 접근법 채택 △일관성 있는 전략 수립 △숙련된 창조산업 인력에의 투자 △디지털 기술 활용과 같은 노력을 통해 창조산업을 지원할 책무를 지닌다. 유관 분야의 직능개발을 위해서는 리스킬링이나 업스킬링 기회 부여를 위한 평생교육 재정 공급, 창의성 발휘와 네트워킹을 위한 시설 제공과 같은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외국의 고숙련 창조산업 인력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태국의 다양성과 전문성 증진에 도움이 된다.

태국은 창조산업계과의 파트너십을 증진하고 혁신을 수용함으로써 창의성 및 문화에 기반한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잠재력을 실현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려면 정부가 미래 비전을 바탕으로 명확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창조산업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 각주
1) Nye, 2004
2) 2019년의 3,990만 명에서 2023년에는 2,820만 명으로 감소
3) 태국 관광·스포츠부 및 세계은행 통계 기준
4) https://data.cea.or.th/country, accessed on March 11th, 2024.
5) Rattanakhamfu et al., 2021
6) https://www.kocca.kr/en/main.do (접속일자 2024.1.10)
7) TDRI, 2022
8) https://thematter.co/brief/130713/130713 (접속일자 2024.1.10)
9) https://thestandard.co/home-sweet-home-director-word-about-ministry-of-culture/#:~:text=TV%20%26%20Entertainment%20%2F%20POP-,ผู้กำกับเกม%20Home%20Sweet%20Home%20ชี้แจงว่าไม่ได้ถูกกระทรวง,11.12.2020 (접속일자 202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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