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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역사] 우즈베키스탄 한인의 전통명절과 공동묘지의 에스니시티

우즈베키스탄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장준희 비교민속학 발간일 : 2012-08-31 등록일 : 2017-12-08 원문링크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주(州) 치르치크(Chirchik) 강변에 위치한 약 30개의 한인 깔호즈(Kalhoz)에는 1937년 강제이주 이후 지금까지 한인들의 중심 생활터전이 되어왔다. 한인 깔호즈에는 공동묘지를 하나씩 갖고 있는데, 이들 한인 공동묘지는 나름대로 민족적인 특성을 갖춘 무덤군으로 조성되어 왔다. 치르치크 강변은 상류(上流), 중류(中流), 하류(下流)지역(라이온)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한인들이 이들 지역에 정착한 이래 ‘치르치크’라는 강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한인 집단 거주지역이다. 필자는 지난 수년간 치르치크 강변 한인 깔호즈의 공동묘지에서 전승되는 한인의 전통명절을 조사하여 왔다. 전통명절 한식, 단오, 추석과 공동묘지에 대한 참여관찰과 민속지(民俗誌:ethnography) 조사를 통해 강제이주 현재까지 우즈베키스탄 한인 명절이 존재하는 양상을 고찰하였으며, 우즈벡 한인의 한식, 단오, 추석이 한인의 에스니시티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하였다. 본 조사를 통해 분석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즈베키스탄 한인들의 명절 역시 소비에트 연방(the Soviet Union;USSR)이란 새로운 정치 환경에 적응하며 문화변동(Culture Change)을 거쳤지만 전승되어 왔다. 1937년 우즈베키스탄이란 전혀 새로운 자연환경과 문화 속으로 집단이주를 경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은 소속 국가에 적응하면서도 자신들의 전통을 잘 간직하여 왔다. 우즈벡 한인들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부터 전통명절을 지내왔지만, 한인 고유의 월력체계를 서양의 그레고리력에 적용하여 명절을 기념하였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전통사이에서 갈등과 혼란을 겪기도 하였다. 전통명절과 관련된 민족의 민속놀이는 사라졌지만, 명절 자체의 의미와 가치는 ‘집’이 아닌 ‘공동묘지’에서 ‘성묘’라는 방식으로 실천해 왔다. 노인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동묘지에서 ‘추모의 성격’을 갖는 명절 제례를 통해 한인들 사이의 친족애와 가족애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왔다. 교육적 차원에서도 전통의 계승을 위해 젊은 세대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명절에 부모 형제자매의 두덤에 성묘하러 가는 풍습을 구현해 오고 있다. 치르치크 강변에 형성된 30여 한인 깔호즈에 한인들의 집거지역이 존재해 왔다는 것은 한인들이 전통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중앙아시아 여타 국가의 한인 집단 거주지역에 비해 대도시와의 근접성은 비록 탈농촌화가 진행되어 왔지만, 오늘날까지 한인들이 전통명절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탈농촌화와 더불어 노인세대가 남아 각 깔호즈의 공동묘지에서 전통문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되어 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공동묘지’라는 공간에서 계승되어 온 한인의 전통명절인 한식, 단오, 추석은 한인들의 전통과 에스니시티를 강화시켜 온 추진체이자 한인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준 동력이 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동묘지와 ‘상두막’에서 노인세대들은 젊은 세대에게 가족애와 친족애 나아가 민족애를 심어주고 있었다. 여타 민족과는 다른 전통명절인 한식, 단오, 추석을 통해 한인의 전통명절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 민족의 에스니시티를 표현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즈벡 한인들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공동묘지라는 공간이 갖는 비중이 중대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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