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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카자흐스탄 총선 결과가 'Nurly Zhol(누를리 졸)' 계획에 미치는 영향

카자흐스탄 이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교수 2016/05/09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1일까지 실시된 선거에서 누르오탄당이 전체 의석의 82%를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한편 카자흐스탄공산인민당은 7.14%, 악졸당은 7.17%, 아울당은 2.05%를 득표했다. 이에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으로 의회에 입성한 정당의 구성이 균형 잡혀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국회 구성의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이지은 교수에게 카자흐스탄 총선 결과가 Nurly Zhol 계획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이번 카자흐스탄의 총선을 실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결과는 어떠했는가?


▲ 2016년 3월 20일 실시된 카자흐스탄 총선은 당초 일정보다 1년이나 앞당겨 진행된 조기 선거이다. 올해 1월, 카자흐스탄 의회는 최근 유가 폭락으로 인한 경제 위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자진 해산을 건의했다.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의회 해산을 선언했으며, 의회 총선 일자를 2달 후로 명시했다. 선거 결과, 거대 친위여당인 누르오탄당(Nur-Otan Party)이 전체 의석의 82.15%(의석수 83석)를 차지하며 마무리됐다. 뒤를 이어 악졸당(Ak Zhol Party)이 7.17%(8석), 카자흐스탄공산인민당(Communist People’s Party of Kazakhstan)이 7.14% (7석)을 차지했다. 다소 급작스럽게 실시된 선거였지만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총선의 결과는 4년 전인 2012년 실시된 총선 결과와 판박이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에서도 누르오탄당 81%, 악졸당 7.47%, 카자흐스탄공산인민당이 7.1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친위여당이 의회 전석을 장악했다. 정당 구성뿐만 아니라 새로 구성된 의회의 40%가 직전 의원으로 채워졌다. 이번 2016년 총선은 최근의 경제 위기에 대한 문책성 선거로 극심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무려 1,070만 달러(한화 약 121억8,195만 원)의 선거비용을 치르면서 진행됐지만, 의석을 확보한 정당과 구성 비율에서 2012년과 다른 점은 찾아볼 수 없는 선거가 된 셈이다. 한편, 유럽안보조약기구(OSCE)의 민주제도인권사무소(ODIHR)는 이번 총선에 대해 유권자의 실질적 정치적 선택의 기회와 정치적 다양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은 반면, 카자흐스탄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독립국가연합(CIS)나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은 ‘구 소비에트 국가들의 실질적 모델이 될 만한 선거 준비와 과정’, ‘선거법에 의거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라 극찬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조기 선거 실시는 드문 현상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는 2011, 2015년에, 총선은 2007, 2012년에 빠르게는 1년 가까이 앞당겨 실시된 바 있다. 조기 선거 배경에는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그 당시 당면한 위기 극복과 정부의 주요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요청하며, 궁극적으로는 나자르바예프 정부가 위기 속에서 재신임을 통해 자신의 정권을 합법적으로 유지하는 방편을 찾기 위함에 있었다. 결국 이번 총선 역시 독립 이래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자신과 행정부에 대한 재신임을 통해 난국 돌파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치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Q2.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의 성향은 어떠한가?


▲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인 누르오탄당을 비롯하여 악졸, 카자흐스탄인민공산당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카자흐스탄의 전반적인 정치 지형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은 권위주의 체제가 공고화된 국가로,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직후부터 오늘날까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5년째 국가원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자흐스탄 권력의 원천이자 중심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1인에 집중되어 있으며, 사실상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대적할 만한 야권세력(정당, 인물)은 없는 것이 오늘날 카자흐스탄 정치의 민낯이다. 카자흐스탄 제1의 거대 정당이라 할 수 있는 누르오탄당은 2006년 당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이끄는 오탄당(Otan Party)이 대통령의 첫째 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가 이끄는 아사르당(Asar Party)을 비롯하여 몇몇 정당을 흡수 통합하면서 탄생한 거대 정당으로, 그 시작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위해온 친위정당이다. 이번 총선에서 총 6개의 정당이 경쟁했지만, 그중 5개 정당은 누르오탄당과 성격적으로 유사한 친위정당이고 1개 정당인 사회민주당(Nationwide Social Democratic Party, OSDP)만이 진정한 야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민주당은 1.18%이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여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권위주의 정치 체제가 공고화된 국가에서 100% 친위여당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통령의 정책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일뿐이다. 사실상 야권의 존재가 부재한 카자흐스탄 국내 정치에서 총선과 대선은 모두 민주주의 시스템의 외형적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제도에 불과할 뿐, 민의를 반영하고 변화를 도모할 실질적 장치는 여전히 결여된 상태이다. 그동안 카자흐스탄은 막강한 대통령의 권력과 이를 옹호하는 의회의 지지 속에서 효율적이고 속도감 있는 국정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연평균 7~8%대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명실공히 중앙아시아 경제 부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독립 초창기 여, 야권 간 건전한 경쟁과 다양한 정치 세력 간 견제 및 정치적 다양성의 확보는 더 이상 카자흐스탄 정치 지형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것이 카자흐스탄의 정치 민주화가 퇴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 근거들이다. 


Q3. Nurly Zhol 계획의 골자는 무엇인가? 또한 기존 국가발전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 ‘누를리 졸(Nurly Zhol, 일명 Bright Road)’ 계획은 2014년 11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발표한 장기경제개혁정책으로, 첫째, 전형적인 자원수출국의 산업경제 구조를 개선하여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국 경제의 저항력을 길러내고, 둘째, 카자흐스탄을 세계 경제선진국 30위 반열에 오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카자흐스탄은 자원수출을 통해 얻은 막대한 국가수입의 일정 부분을 국부 펀드(National Fund)라는 기금으로 전환하여 비축해 왔는데 최근 원유가 하락과 자국 화폐 텡게(tenge)의 가치 급락 등의 악재에 당면하게 되자 이 기금을 활용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카자흐스탄 내 도로망 구축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고, 시멘트, 철강, 자동차, 장비류 등의 연관 산업도 함께 부흥시켜 제조업을 강화하고자 한다. 나아가 에너지 보급망 확충, 주택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사회 필수 인프라 개선을 비롯하여 교육 부문 지원과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도 포함된다. 한 국제연합개발계획 담당자는 누를리 졸(Nurly Zhol) 경제정책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공개한 관련 기반시설 개발계획을 통해 카자흐스탄 경제가 탄력 회복성을 구축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누를리 졸이 제시한 경제개혁안은 내용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카자흐스탄 정부는 ‘카자흐스탄 2030’, ‘카자흐스탄 2050’ 등 주요 장기국가발전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자원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산업경제구조 탈피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산업구조의 다각화를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는 2014년 발표된 누를리 졸 계획의 주요 골자와도 일치한다. 즉 기존의 국가발전프로그램이 제시한 비전 및 목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경제발전계획인 것이다.


Q4. 이번 총선을 통해 구성된 의회가 Nurly Zhol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이번 총선을 통해 구성된 의회는 정당 구성 면에서 직전 의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따라서 2014년 말 공표된 Nurly Zhol의 실행 여부가 이번 총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권위주의 카자흐스탄에서 Nurly Zhol 계획과 같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경제발전 및 개혁정책의 실행력 여부는 의회보다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여전히 정권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음으로 이번의 경제 위기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현 정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임을 고려할 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유사 경제발전프로그램일지언정 정기적으로 대국민 발표를 하는 이유가 바로 카자흐스탄 국민들에게 “지금 정권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그 방안이 ‘Nurly Zhol’이 되던, ‘카자흐스탄 2050’이 되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친위여당으로 구성된 의회는 경제 침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 방안 모색에 적극 동참하여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Q5. Nurly Zhol 계획이 실행된다면, 카자흐스탄 내 정치‧경제 부문이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Nurly Zhol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카자흐스탄 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종 사회간접시설 확충계획은 일시적이나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며, 관련 산업 역시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카자흐스탄이 직면한 여러 경제 문제 가운데 비민주적, 권위주의적 정치 요소들에서 기인한 문제들, 예를 들어,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로 인한 비효율성, 빈부 격차 등의 문제는 보다 긴 시간과 의지를 가지고 추진되어야 할 사안으로 그것이 Nurly Zhol 계획으로 해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카자흐스탄이 오늘날 직면한 경제 상황이 이전의 국가발전프로그램이 발표될 당시보다 더욱 복잡해졌고, 문제의 깊이는 심각해졌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사한 내용의 발전안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는 것은,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고 해결도 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다른 각도의 진단과 극복 방안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오늘의 시대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를 융합해 작업경쟁력을 제고하는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Nurly Zhol은 토목, 건설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에만 집중한 채 세계 산업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카자흐스탄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2016년 총선에서도 드러났듯이 힘든 경제 상황에 누구보다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국민의 민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정치 환경이다. 경제 위기를 초래한 집권 여당을 다시 그대로 자리에 앉히고 정책 추진의 권한을 부여한 셈이니,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변화된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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