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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칠레의 관여

칠레 Diego Telias Universidad ORT Uruguay/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 2020/07/15

중남미 지역에서의 일대일로 구상 
2013년, 중국의 시진핑(Xi Jinping) 주석은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중국과 연결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기존에 ‘One Belt, One Road’로 발표된 이후 ‘Belt and Road Initiative’로 이름이 바뀐 이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구상은 중국 외교정책사에서 손꼽는 거대 프로젝트로, 중국의 주력 사업(flagship)이 되고 있다.

기존에는 고대 실크로드(Silk Road)를 따라 연결성을 증진하는 구상이었던 BRI는 중국의 전방위적 외교 정책이 되었다. BRI의 공식적 목표는 a) 정치적 조율, b) 인프라 상호 연결, c) 막힘없는 교역, d) 금융 지원, e) 국민간 교류이나, 비공식적으로는 중국의 통화 국제화(currency internationalization), 외교관계 강화, 아시아 내 미국의 전략 견제 및 중국의 세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영역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BRI는 2단계에 접어들며 중남미(LAC,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2017년에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BRI는 해상실크로드(maritime road)의 연장으로 중남미 지역을 포함시키며 유연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8년 1월, 칠레 산티아고(Santiago)에서 열린 중국-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 포럼(China-CELAC forum)에서 중남미 국가들의 BRI 동참을 권하며 이들 국가의 ‘불가결성’(indispensability)을 강조했다.  

BRI 구상은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 Road), 보건 실크로드(Health Silk Road), 북극해 실크로드(Arctic Silk Road) 등 아직까지 확실치 않은 여러 갈래로 발전해 있다. 그러나 이런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국가들은 이 구상에 관심을 보이고 이에 참여해 왔다.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체결, 공식 포럼 참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 Bank) 가입 신청 등 참여 수준은 국가마다 다양하다.

오늘날 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이미 BRI 구상에 참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과 수교한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CELAC,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tates1)) 24개국 중 19개국이 BRI 양해각서를 체결했다(9개국은 대만과 수교). 심지어 파나마는 중국-CELAC 포럼 이전에 이미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중남미 지역의 가장 중요한 4대 경제체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는 아직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이다. 단, AIIB 예비회원국(prospective member)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이니셔티브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은 2017년에 제 1차 공식 BRI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각국의 참여 수준이 각기 다른 것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미국과의 정치적 친밀도, 경제 개방성,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정치적 사상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24개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및 미국과의 정치적 친밀도가 가장 영향이 큰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절차가 모호하고 구속력이 없다는 점, 또 공식적 참여 없이도 인프라 투자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국가간의 협약과는 달리 BRI 이니셔티브는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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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BRI 참여
칠레는 초기 단계부터 BRI 이니셔티브를 계속해서 주목했다. 칠레는 중남미에서 BRI에 대한 지지 및 관심이 높은 것으로 손꼽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비록 최초는 아니라지만, 중국과 수교한 국가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칠레 또한 중국과 MoU를 체결했다. 중국과의 MoU는 로베르토 암푸에로(Roberto Ampuero) 전 외교부 장관이 2018년 11월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f Development and Reform) 위원장과 회동했을 당시 체결되었다. 이 MoU는중국과의 협력에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 체결한 것으로, 인프라 투자 및 고속도로⸱항만 사업 자금지원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보다 앞선 2017년 5월,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전 칠레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 1차 공식 BRI 포럼에 참석했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칠레가 아시아와 중남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의지가 있음을 강조하며 BRI를 양측간 거리 축소, 현대적 연결성 구축, 생산성 있는 프로세스에의 기여, 새로운 시장 개척, 투자 진작, 관광 진흥,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호 이해 심화의 좋은 수단으로 높이 평가했다. 2년 후 칠레의 현 대통령인 세바스티안 피녜라(Sebastian Piñera)가 남미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동 포럼에 다시 한번 참석하여,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칠레는 2016년 AIIB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이후 2017년에 가입 승인을 받았다. 칠레는 환태평양광섬유케이블(Trans-Pacific optical fiber cable) 등 아시아와의 대형 연결성 프로젝트를 통해 남미와 아시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또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양대양 회랑(Bi-Oceanic corridor) 및 칠레의 대표 항구인 산안토니오(San Antonio) 항만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19년 칠레는 AIIB 가입을 위해 1,000만 달러의 자본을 기여할 것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회의 승인이 빠르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칠레는 2019년 10월의 사회·경제적 위기로 인해 가입에 실패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혹은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 회원국인 콜롬비아나 멕시코 등 역내 거대 경제국보다 BRI에 더욱 깊게 관여하고 있다. MoU 체결에 대하여 국내 정치 측면에서의 장벽이 낮았다는 것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이다. 칠레가 BRI에 계획대로 관여할 수 없었던 이유는 사회적 소요 때문이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칠레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바첼레트 정부와 피녜라 정부는 모두 MoU 체결과 AIIB 가입을 중국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중국은 칠레의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이자 제 1 수출 대상국이며, 국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행위자이다. 칠레는 중남미 지역 국가 중 수출 대상국으로서의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칠레는 상품의 약 30%를 중국에 수출한다. 이는 브라질(20%), 페루(23%), 콜롬비아(5%), 멕시코(2%)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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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4년 이후로 칠레의 주요 무역 파트너였다. 현재 약 250억 달러 수준인 연 수출규모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칠레의 제 2 수출시장은 칠레가 연간 106억 달러를 수출하는 미국이다. 칠레의 대중 수출 가운데 약 80%는 구리이며 최근에는 와인, 나무 펄프, 과일류 과일류 및 연어의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칠레의 주요 수입대상국이기도 하다. 칠레가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규모는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약 167억 달러이다. 

BRI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투자이다. 이는 칠레에 있어서는 기회를 의미한다. 우루과이와 마찬가지로 칠레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남미로 향하는 주요 관문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위에서 언급한 화웨이(Huawei)의 해저 광섬유 케이블 구축안이다. 그러나 중국의 투자가 칠레 내에서 쉽게 전개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다른 선진 아시아 국가에 여지를 열어 두는 경쟁입찰 때문인지, 지금까지 칠레에서 성사된 중국의 투자 건수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칠레, 중국, 그리고 미국 
칠레는 중국에게 있어 여러 면에서 늘 중남미 최초 국가였다. 1970년, 칠레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 최초로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고 오는 2020년 12월에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을 기념한다. 1999년에는 칠레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 가입을 최초로 지원하고 나섰다. 칠레는 2004년에 중국을 시장경제로 인정하고 2005년에 FTA를 체결하며 (페루 및 코스타리카와 함께) 중국과 가장 먼저 FTA를 체결한 3개국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칠레는 BRI 관련 MoU를 최초로 체결하거나 AIIB에 최초로 가입한 국가가 되지는 않았다. 이는 칠레와 중국 간 관계가 변했다는 신호일까?

칠레는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가운데 BRI에 접근했다. 거대 강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경쟁은 칠레와 중국 간 관계의 양상을 복잡하게 하고 지정학적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 실제 사례 중 하나가 2019년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이 칠레를 방문하여 피녜라 대통령과 회동한 것이다.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이 보이는 행보를 비판하며, 그 중에서도 중국의 부채 함정(debt trap)과 더불어 화웨이의 행보, 그리고 화웨이와 중국 정부 간 관계를 지적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문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은 칠레가 미국과 중국의 경쟁 가운데 끼이지 않도록 현명히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쉬 부(Xu Bu) 주칠레 중국대사는 미국의 이와 같은 규탄에 빠르게 반응했다. 그가 하이메 벨로리오(Jaime Bellolio) 칠레 의원이 홍콩의 시민운동가 조슈아 웡(Joshua Wong)과 회동한 것을 비판한 기사를 내자 이에 대해 벨로리오 의원은 중국이 국회 의원의 만남과 의견을 규탄하려 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4월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의 기부를 놓고 칠레와 중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있었다. 하이메 마냘리치(Jaime Mañalich) 칠레 전 보건장관은 중국이 500개의 산소호흡기를 기증할 것이라 밝혔으나 중국대사가 이를 부인한 것이다. 중국대사는 이와 관련하여 아는 정보가 없으나 중국은 칠레와의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칠레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은 것일까? 이 주제에 있어서 최고의 애널리스트인 호르헤 하이네(Jorge Heine, 前 주중국 칠레대사)는 칠레가 ‘중국에 있어 최초의 중남미 국가’라는 역할을 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AIIB 가입 공식화를 늦춘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칠레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및 사회적 소요 등 국내적 사안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제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칠레가 국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미-중 경쟁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2011년 카라카스 선은으로 설립된 단체로서 중남미 33개국이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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