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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남미 좌파의 再부상과 미국의 對 중남미정책 - 9차 미주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대중남미 정책 변화 필요성 대두-

중남미 일반 김철희 KOTRA 전문위원 2022/08/19

중남미 좌파 물결Pink Tide 재부상의 배경

핑크타이드 등장 및 쇠퇴
1990년대말에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Hugo Chavez)1)  등장 이후 중남미에 좌파정권이 파도치듯 등장하였다. 그 시기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중남미 자원 부국들의 경제 호조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10여 년간 지속되었는데 이러한 좌파 물결은 ‘핑크타이드(Pink Tide)’로 불리었다. 그러나 등장한 좌파정부들이 원자재 붐으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도 재정운용에 실패하고 2010년대 중반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핑크타이드는 급격히 쇠퇴하고 시장경제 중심의 보수정권들이 이어서 등장하였다. 

좌파 물결의 재부상
하지만 보수정권들도 양극화 심화, 부정부패,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이어지면서 2010년대 후반부터 핑크타이드가 재부상하는데, 2018년 멕시코에 좌파 안드레아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 등장을 필두로 2019년 아르헨티나, 2020년 볼리비아, 2021년에 페루, 온두라스, 칠레에 좌파정부가 등장하였고 2022년에는 콜롬비아에 역사상 최초로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2) 좌파정부가 등장하게 되었다. 콜롬비아는 반세기 이상 피비린내나는 내전을 겪으면서 좌파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동안 이러한 흐름에 비켜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경제정책의 실패, 정부 세제개혁안에 대한 반발 등으로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로 역사상 최초로 좌파 정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대내외적 악재
2021년에 중남미 경제는 그간 코로나19로 야기된 경기 침체로부터 회복세를 보였으나, 2022년에는 국내외적인 악재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야기된 혼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화되면서 국제 원자재가격의 폭등을 가져왔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은 높은 금융 비용과 경제성장을 지연시키겠지만 높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원자재를 수출하는 다수 남미국가들에게 추가적인 달러 수입을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2023년 중남미 주요국 경제성장율 전망 단위:%
* 자료: Econosignal (‘22.4월)/ Deloitte Insights 


신 좌파물결이 과거 핑크타이드와 다른점 
과거 핑크타이드는 1990년대 신자유주의 중심 경제개혁의 실패에 따른 반작용으로 다소 과격한 성향을 보였다. 특히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에콰도르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3),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4)와 같이 21세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급진적 성향의 좌파 정부가 등장하며 자원 및 다수 내외국인기업의 국유화 정책과 과도한 사회복지 정책을 취하였다.

 최근 부상한 좌파세력은 ‘기성 정당이 아닌 신진세력’이다. 최근 중남미 유권자들은 이데올로기에는 관심이 없고 공정하고 경제를 회복시킬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원자재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에도 불구하고 재정 운영에 실패하여 초인플레이션과 대량 난민을 유발한 베네수엘라와 수시로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실패 사례로 좌파정권에 대한 선택지도 넓지 않다. 또한 유권자들은 무능과 부정부패로 일관하면서 좌파정권은 공산주의라고 협박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하는 보수정권에 대해서도 실망감이 커서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권자들은 기존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 불공정, 경제 침체로 정권을 좌에서 우로 자금은 다시 우에서 좌로 선택하고 있는데, 최근 중남미 선거의 원칙은 항상 야당의 승리이다.

상호 이질성
최근의 좌파정부는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통적인 전략으로 경제적 불평등 축소를 내세우고 있다. 과거 좌파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같은 급진적 성향과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같은 온건 성향으로 구분되었다. 칠레 소재 컨설팅사인 라티노바로메트로(Latinobarometro)의 설문조사국장 마르타 라고스(Marta Lagos)에 따르면 현재 중남미 좌파정부는 4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는데, 새로운 성향(최근 선출된 칠레, 콜롬비아), 포퓰리스트(멕시코), 전통적(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온두라스), 독재성향(수년간 집권중인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로 분류된다. 일부 지도자들은 과거 지도자들과 차별화되는데 예를 들어 칠레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대통령은 당선 후 쿠바와 니카라과가 야당인사들을 압박하는 것을 비난하고, 베네수엘라는 실패한 정부라고 밝혔다.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 당선자(8월 7일부 취임)도 당선 후 베네수엘라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를 과거 독재자라고 칭한 적이 있다.

서로 다른 토양
2000~2014년 국제원자재 가격 붐은 그 당시 좌파정부에 사회복지정책과 다양한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할 충분한 자금을 제공할 수 있었으며, 국회 다수의석을 통해 정치-선거를 지원하여 개혁정책을 수행한 결과 좌파의 재선이 가능햇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에콰도르 코레아,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는 재임 중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헌을 단행했다.  그러나 현재는 유럽에서의 전쟁(러-우크라이나),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부채와 투자비용으로 중남미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용하기에 여의치 않아 코로나19 대처와 사회불안정 해소를 위해 사용할 자금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자금부족으로 정치적 한계와 우파로부터 많은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칠레와 콜롬비아에서 2019년에 발생한 반전 시위는 좌파에 부상할 기회를 가져다 주었으나 동시에  정치적 취약성을 보여주었고, 새로운 좌파정부에서도 시위는 반복될 수 있다. 향후 수년간 점증하는 사회적 불안이 다시 폭발할 수 있어 신 좌파정부에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토양이 될 수 있다.

<그림 2> 중남미 좌파 정부 현황 (기 출범 및 당선) 
* 자료: BBC News Mundo(‘22.6.29일자)


신 좌파지도자들의 임무
반면 칠레 보리치와 콜롬비아 페트로 경우는 환경 보호와 성(性) 및 인종 평등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등장했다.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최근 반복되는 중독 사태(구리 광산)의 방지를 위해 벤타나스(Ventanas) 지역 구리 제련소 폐쇄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칠레 정부의 환경 정책이 변하였음을 의미 한다.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콜롬비아의 주수입원이 석유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채굴산업에서 탈탄소화 경제로의 이행을 가속화할 것임을 선언함으로써 과거 차베스부터 룰라까지 석유산업 일변도의 핑크타이드 정부 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전 대통령인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는 페트로 정부의 이러한 반석유산업 블록 결성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도자들인 멕시코의 오브라도르,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체(Luis Arce) 대통령은 여전히 채굴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보리치와 페트로의 새로운 정책은 과거 좌파정부보다 사회와 잘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에서의 모든 정책에는 환경적 양심이 존재하며 환경적으로 올바른 모든 정책은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 중남미 정책 변화 필요성

제9차 미주정상회의에서 드러난 미국의 견제와 한계
미국은 제9차 미주정상회의(2022년 6월 8~10일)를 계기로 중남미지역과의 교역 및 투자확대를 목표로 하는 경제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쉽(APEP, Americas Partnership for Economic Prosperity)구상을 제안하였는데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와 유사해서 중남미 역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으며 무역장벽 완화 등 의제는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성과까지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간 연대를 강조하며 초청에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를 배제하자 멕시코 등 일부국가가 이에 반발하여 불참하여 중남미 역내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2015년 파나마 회의에는 34명의 미주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하였으나 금번 회의에는 23명만이 참석하였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이 반(反)중남미적 언사와 중남미인들의 이주문제를 논란거리로 활용했기 때문에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당선으로 중남미인들의 미국 신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았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전대통령이 2번의 임기 동안 보여 주였던 진보적이고 전향적이었던 정책 대신에 대(對)쿠바, 베네수엘라, 아이티 정책 그리고 중남미 이주와 무역 관련하여 트럼프 정부 정책의 많은 부분을 답습함으로써 중남미인들의 기대를 져버렸다.

아울러 트럼프시대에 ‘폭정의 삼각지대’로 불리었던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정책은 금번 9차 정상회의에서도 반복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남미 정책이 후퇴한 상황에서 대 중남미 전략의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대 중남미 정책 방향
미국의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아프가니스탄 대사를 역임했던 마이클 맥킨리(Michael McKinley) 전대사는 미국의 향후 대중남미 정책 방향과 관련 다음과 같이 몇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5).

▶ 중남미 각국은 동일한 국가가 아니다   
미국은 30개국이 넘는 중남미 각국들의 문화와 경험을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콜롬비아와 브라질, 카리브 연안국들 간에도 멕시코에서처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미국은 중남미국들을 좌,우 2가지 성향으로만 분류하였으나 중도좌파, 중도우파, 중도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여야 한다.

또한 미국은 콜롬비아, 칠레, 페루, 멕시코의 태평양동맹 같은 중남미 역내 동맹 움직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정부와도 함께 협력해야 한다. 

▶ 중남미국들이 미국의 지시가 아닌 대화를 원한다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6)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은 곤란하다. 오늘날 미국이 중남미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니어쇼어링(nearshoring)7)에 대한 최근정책은 국경문제와 공급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고는 고유의 글로벌 정책을 가지고 있는 중남미국들에게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남미 각국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등장하는 신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미주대륙이 맞이하는 공통적인 도전에 대한 공동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 과거 이데올로기 갈등은 버리고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중남미 국가들은 더 이상 과거 이데올로기 전쟁시대의 방식으로 미국을 보지 않는다. 미국의 대쿠바 정책에 반대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음 단계를 결정하고 있다. 금번 9차 미주정상회의에 독재국가들을 배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반발이 이 문제들에 대한 미국과 중남미의 접근방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전형이다. 중남미는 더 이상의 냉전도 원치 않고 중국과의 경제적 결속이 미국에게는 중요한 위협으로 보이지만 중남미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시장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중남미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남미가 미국의 니어쇼어링 대상이며 떠오르는 무역블록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 각주
1) 우고 차베스(Hugo Chavez):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1999~2013년)으로 볼리바르 혁명의 지도자로서 사회주의 추진과 라틴 아메리카 통합을 지향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대외 정책에 반대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22.6.19 콜롬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당선. 경제학자 정치인으로 80년대에는 게릴라 활동  
3)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 : 에콰도르 전대통령(2007~2017년).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급진적 좌파 성향
4)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 볼리비아 전대통령 (2006-2019년). 원주민 출신으로 급진적 좌파 성향 
5) 미평화연구소 5.25일자
6)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 :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간 상호 불간섭주의. 중남미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았으나 아메리카 대륙내 질서가 미국중심으로 재편되는 부작용 발생 
7) 니어쇼어링(nearshoring) : 인근국 아웃소싱 (nearshore+outsour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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