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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포스트코로나 시대 라틴아메리카의 슈퍼선거철과 핑크타이드

중남미 일반 Angela Sagnella Università per Stranieri di Perugia - 2022/09/07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라틴아메리카가 이전부터 겪던 다양한 문제를 한층 더 심화시킨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정치, 경제, 보건, 심리 등의 많은 분야에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와 선진국 사이의 경제적 격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점차 좁혀지다가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라틴아메리카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에 선진국의 29.5%에서 시작해 2013년에는 35% 수준까지 따라잡았지만, 2019년에는 30.5%로 감소하였다1). 게다가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는 2022년 8월 15일을 기준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최소 130만 명의 사망자를 냈고2), 여기에 치안 수준과 인권 실태도 함께 악화되면서3) 라틴아메리카 각국은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2021년부터 2024년에 이르는 시기는 라틴아메리카에 있어 이른바 ‘슈퍼선거철(súper ciclo electoral)’로, 볼리비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의회 혹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현재 전례 없는 경제적 마비 현상이 극단적 사회 문제를 낳고, 기존 제도권과 엘리트층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정치적 위기를 촉발하는 데다가, 세계정세도 불확실성을 높여가는 상황이 전개되며 이 모두가 라틴아메리카 민주주의의 미래를 시험하는 도전과제로 비화하고 있다4). 이와 같은 상황에서 슈퍼선거철을 앞둔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환경을 조성한 핵심 요소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그중 첫째는 물론 2020년에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어 맹위를 떨친 팬데믹이고, 둘째는 2018년부터 각국에서 진보 혹은 중도 진보 정권이 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이른바 핑크타이드(Pink Tide)인데, 본고에서는 이들 양대 요소를 각각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전방위적 재난이자 기회 요소
팬데믹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적 보건 위기 및 경제 침체에 대응할 책무를 진 각국 기관과 제도의 견실성뿐만 아니라, 세계화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국가 간 연계성 또한 역사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일례로 아프리카의 경우 기존에 보유한 제도적 역량이 극도로 부족하다는 점이 초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 간의 물리적 접촉 빈도가 낮다는 점이 오히려 감염 확산을 통제하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상황이 훨씬 나빴는데, 코로나19가 해당 지역에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이 2020년 2월 말 정도로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년 5월에 이르러 라틴아메리카는 이미 신규 감염의 세계적 진앙지로 변모하고 말았다5). 흥미롭게도 북미에 위치한 미국 또한 인구 대비 사망자 수가 라틴아메리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았는데6), 이는 당시 미국의 정치·사회·문화적 특성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는 단순히 공중보건에 국한되지 않고 여타 다양한 분야에서도 파급효과를 낳았고, 라틴아메리카의 각국 정부는 감염 확산을 무릅쓰고 경제활동의 빗장을 풀어 기본 소득을 위한 경제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국민 복리 수준의 추락을 막고 공공 사회 서비스 제공을 지속해 장기적 발전의 불씨를 지키고자 했다7).

하지만 정부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멕시코로, 일부 경제적 제한 조치 발표 당시 멕시코 재무·공공신용부(Secretariat of Finance and Public Credit) 장관은 향후 발생할 위기 상황은 정부의 의도적 조치에 의한 것이며, 필요에 따라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지원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정부가 상황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자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했다8). 이에 더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도 경기 부양을 위한 부채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를 따를 것을 종용하던 야당의 주장을 무시하고 자신의 거시경제 구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채권 발행량을 기존에 비해 전혀 늘리지 않았다. 본 기조에 따라 멕시코 정부가 경제 지원책의 재원을 기책정 예산에 한정하면서 멕시코의 GDP 규모는 8.2%가량 축소되는 결과를 맞았지만9), 그 반면 정부 공공 부채의 실질 규모는 작아지는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10). 멕시코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이 오히려 불필요한 분야에 투입되는 재정을 아껴 빈곤층이 지는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낸다고 홍보했고, 대규모 국가적 봉쇄 조치 대신 각 시민이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위기에 대응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멕시코의 인명피해가 예상보다 컸던 데에는 국가 구조적 문제의 탓도 있겠지만, 여기에 더해 정치적 이유에서 혹은 무지로 인해 발생하는 이른바 불량정보의 홍수(Infodemy)가11)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이 점을 시사하는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음모론(COVID Conspiracy) 설문조사에 참여한 18~65세 멕시코 성인 표본 중 47%가 전염병 관련 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분간하기 힘들다고 응답하였다12). 다만, 멕시코의 경제 구조적 여건은 아직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경제 성장 재개 가능성이 크고, 2024년에 예정된 차기 선거에서도 현재 여당의 정권 유지가 유력한 상황이다.

멕시코의 팬데믹 대응 전략이 여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똑같지는 않지만 공중보건 문제에 대한 각국의 결정이 정치적 요소, 국가적 추진 사업, 경제적 이익 등에 의한 영향에 필연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단순히 전염병 확산 통제라는 단일 이슈를 넘어서서 정부 시책이 다양한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기에, 집권 세력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2022년 8월을 기준으로 코로나19는 라틴아메리카에서 4~5차 확산 사태를 일으키며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각국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위중증률과 치사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태이다. 역내 대부분의 국가는 2021년 1/4분기를 전후해 대외 교류를 재개하면서 봉쇄 당시에 비해 급속한 경제 회복을 달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에 6.9%라는 준수한 수치를 기록하고, 향후 2년간 각각 2.3%와 2.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13). 다만, 세계적 규모의 보건 위기 발생 가능성이 아직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필수적인 국가 간 협력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14). 지역 간 협력은 각국이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어주고, 각국의 현실적 이해관계가 합치될 경우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정체성 형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슈퍼선거철과 핑크타이드
유사한 문제를 상호 공유하는 국가들이 소재한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각국 선거에서 유사한 정치색을 지닌 정당이 동시에 선전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이 점에서 팬데믹 발생 직전의 라틴아메리카 정치 지형도 최근 아홉 차례의 선거에서 진보 성향 정당이 정권을 잡는 등 전반적 진보 우세가 두드러지는 이른바 핑크타이드라는 말로 대변된다. <표 1>은 2018~2022년의 기간에 라틴아메리카 대륙 국가에서 새로 취임한 대통령 17명의 목록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대선 후보는 정치활동 및 선거운동에서 진보 혹은 보수 성향의 정견(政見)을 명확히 밝히기에 분류가 용이하지만, 보수색과 진보색을 모두 띠는 정책과 행보를 보이는 일부 인사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표 1> 2018년 이래 집권한 라틴아메리카 대통령의 성향 및 각국 경제·인구 역내 비중 
* 자료: GDP 자료 – (IMF, 2022), 인구 자료 – (UN, 2022) 등에 기반한 저자 계산


실질 GDP 비중이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33%, 인구는 35%에 달하는 브라질도 2022년 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 다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15) 전임 대통령을 역임한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후보가 현임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비해 명확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16). 만약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표 1>에서 소개한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반대로 룰라 다 시우바 후보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탈환할 경우를 가정하면 상황은 <표 2>처럼 바뀌게 된다.

<표 2> 룰라 다 시우바 후보 집권시 라틴아메리카 정부 성향 및 경제·인구 비중
* 자료: GDP 자료 – (IMF, 2022), 인구 자료 – (UN, 2022) 등에 기반한 저자 계산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만약 브라질에서도 10월 대선에서 진보 성향의 룰라 다 시우바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이전까지의 핑크타이드는 마치 쓰나미와도 같은 규모로 발전하게 된다. 특정 정당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강성 지지층(voto duro)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결정하는 변수로는 (1) 선거 당시 국가 및 지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 (2) 정부 및 야당 세력의 행보가 현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인식, (3) 역내·세계 정세 및 정치적 제도나 시장의 구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정치적 환경이 달리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각국의 상황, 여당 측의 실책, 유권자와 자본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포용적 비전 보유 여부, 지정학적 전략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좌파 혹은 중도 좌파 쪽으로의 유권자 지지율 이동 현상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결론
라틴아메리카의 핑크타이드를 분석하는 데 있어 우리는 먼저 유권자의 표심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각 시민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평가하는 틀의 역할을 하는 정치적 내러티브가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객관적 사실과는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사고의 비선형성(non-linearity)이 유발하는 결과 중 하나는 외부 자극에 대한 개인의 반응이 때로는 과도할 수도, 때로는 미미할 수도 있어 대중이 특정 상황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에 더해 유권자 개인의 의견은 타인과의 교류나 언론의 개입이 없더라도 대체로 사회적 대세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며, 이에 따라 정당별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 유권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게 되면 사고와 행동 면에서 단일화된 일종의 거대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한편 각국 선거의 특정 기간 집중이 슈퍼선거철의 객관적 구성요소라면, 핑크타이드는 이미 자체적인 생명을 얻어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주관적 성격의 구성요소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복잡한 사회적 현상을 단순한 기계적 해석이나 확률론 차원에서 설명하기 곤란하나17), 한 연구진은 회귀분석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유권자 여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라틴아메리카 유권자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친미 혹은 반미 성향, 그리고 개인별 이념인 것으로 나타나며, 이외에도 자신이 소속된 사회 계층,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 집권 정당이 표방하는 이념, 유권자 성별 등이 지니는 중요성도 상당하다. 또한 인종 구분이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 경우 원주민 출신 유권자들은 대체로 좌파 성향의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각국에서 나타나는 투표의 경향성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이질성을 확인할 수도 있다.”18)

따라서 라틴아메리카 각국 정부는 지역별로 전개되는 상황에 따른 유권자의 표심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정부 및 지역 공동체 간 동행과 협력이라는 형태로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수행함으로써 오늘날의 복잡하고 시급한 도전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만약 브라질에서도 룰라 다 시우바 후보가 당선되면 라틴아메리카의 핑크타이드가 이전보다도 더욱 강화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여기서 각국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적절한 전략을 마련해 시행한다면 통합성, 기능성, 안정성, 탄력성 등의 요소 강화를 바탕으로 모든 나라의 국민에 혜택을 가져다 주는 새로운 체제를 창조해낼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 각주
1) Foxley Rioseco & Derpich Araya, 2020: 11
2) Worldometer
3) Zovatto, 2021: 50
4) Zovatto, 2021: 46
5) Bianculli, 2021: 65
6) ECLAC, 2022: 18
7) ECLAC, 2022: 28
8) Escobedo & Becerra, 2022: 9, 10
9) Expansión, 2020a
10) Expansión, 2020 b
11) McGrath, 1997; Davison, 1997
12) Freiheit.org, 2020; Escobedo & Becerra, 2022: 10
13) Banco Mundial, 2022
14) Bianculli, 2021; Deciancio & Quiliconi, 2022; Zovatto, 2021
15) Genial/Quaest - América Economía, 2022
16) Denvir, 2022
17) Becerra, 2017
18) Torrico and Solí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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