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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자원 국유화와 블록화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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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리튬의 부상


청정 에너지 전환과 광물 자원의 상관관계

전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체제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이동을 계속하고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한 무분별한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와 심각한 가뭄, 과거보다 잦은 태풍과 폭우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머지 않은 미래에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에 기반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늘리는 한편, 가솔린이나 경유 자동차 제조 및 판매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그 자리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의 중심에는 재생에너지 발전과 배터리 산업 육성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의 화석 연료 중심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발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광물(mineral) 자원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할 때는 통상 자동차 1대당 약 33kg 정도의 구리(22kg)와 망간(11kg) 이 사용된다. 그러나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자동차는 그 6배가 넘는 200kg 이상의 광물이 필요하며, 사용하는 광물 종류도 구리, 망간 외에도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아연, 희토류 등 매우 다양하다. 이는 발전 부문도 마찬가지이다. 전력 1MW를 생산하는 천연가스 발전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1,100kg의 광물 자원이 사용되나, 태양광은 약 6,770kg, 육지 풍력은 약 1만kg, 해상 풍력은 1만 5,000kg 이상의 광물 자원이 필요하다. 물론, 발전 시설 설비가 완료된 후에는 탄소 유발 물질 및 화석 연료 사용이 필요하지 않으나 설비 구축 단계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기존 화석 연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광물자원 투입이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 자원, 리튬

상술된 바와 같이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에 사용되는 다양한 광물 중 가장 수요 성장 잠재력이 큰 광물은 리튬이다. 재생에너지 전환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기기 사용량 증가, 전기 자동차 상용 확대 등 전기 모빌리티 보급율 증가와 더불어 핵심 동력인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의 수요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발간한  전 세계 광물 사용량 관련 보고서에서도 재생에너지 부문 사용 광물량  내 리튬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의 탄소 중립 달성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리튬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사용되는 리튬의 비중은 2020년 기준 29% 에서 2040년 7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코발트는 15%에서 69%, 니켈은 8%에서 31%, 구리는 24%에서 32%, 희토류는 16%에서 24%로 증가하는 등 타 광물 또한 사용량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나 총 사용량 대비 비중은 리튬이 가장 높다. 뿐만 아니라 2040년 리튬 사용량은 2020년의 4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리튬의 수요 증가 기대에 부응하여 리튬 부존국들은 앞다투어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내연기관 자동차 점진적 금지…전기자동차 시대 예고

이처럼 전 세계 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을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전기자동차 산업이다.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경부터 새로 생산하는 자동차의 50% 이상을 전기자동차로 만들기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이 전기자동차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서명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으며 지금 즉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발표회에는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포드(Ford Motor), 크라이슬러(Chrysler)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Stellantis) 고위 관계자가 모두 참석하여 업계와 정부와 공동으로 전기자동차 산업을 육성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전기자동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기조는 유럽도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미국보다 더 공격적으로 정책을 실행할 태세이다. 지난 2022년,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회원국들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계획에 서명하면서 2035년부터 EU 내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 판매를 완전 금지하기로 약속했다(단, 수소나 합성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외). 다시 말해, 앞으로 약 10여년 후에는 EU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오로지 전기자동차 만을 생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EU는 지난 2022년 9월, 2030년부터 EU 전역의 연간 전력 생산량의 45% 이상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는 같은 해 6월에 세웠던 40% 목표에서 5%p 높인 것으로, EU가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의 전환 속도에 박차를 가할 계획임을 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EU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경 지대에 공동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송전 인프라를 건설하는 등 회원국간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EU는 탄소 중립을 하루라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고안하고 있다.


중남미 리튬 삼각지대(Lithium Triangle)의 자원 국유화


세계 리튬 매장량의 53%가 밀집된 곳, 리튬 삼각지대

지난 2022년 미 지질 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이 발표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최소 절반 이상이 중남미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소위 리튬 삼각지대(Lithium Triangle)라고 불리는 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에 매장된 추정 리튬 양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53%,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의 35%를  차지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리튬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볼리비아로 전 세계 매장량의 4분의 1에 가까운 21% 정도의 리튬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 다음으로 아르헨티나가 20%, 칠레가 1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 3개국 외에 멕시코 등 여타 중남미 지역 국가에도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파악되기에, 중남미는 그야말로 리튬 자원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중남미 국가들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리튬을 향후 국가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핵심 리튬 보유 국가들은 리튬 개발 과정 내 외부 세력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고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국가 전략 자원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 볼리비아

볼리비아는 리튬이 미래 핵심 광물로 떠오르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게 된 대표적인 국가이다. 그 이유는 단연 볼리바아의 풍부한 리튬 매장량 때문으로, 볼리비아는 단일 국가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리튬 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구 사회나 동아시아 지역과 비교할 때 경제 개발이 뒤처진 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볼리비아는 경제력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연간 GDP 기준으로 볼리비아는 12개 남미 국가 가운데 11위에 해당하며, 바로 뒤가 미국의 경제 제재로 국가 경제가 붕괴한 베네수엘라인 점을 감안 시 실질적으로 남미 지역 최빈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볼리비아는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원하는 리튬을 볼리비아의 국가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발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리튬 개발을 전담할 국영 리튬 기업 YLB(Yacimientos de Litio Bolivianos)를 설립하는 한편, 향후 볼리비아에서 발생되는 리튬 관련 비즈니스에 YLB가 100% 참여하도록 법제화했다. 다시 말해, 리튬 자원을 정부가 소유하는 전략 자원으로 만든 것이다. YLB가 관리하는 리튬 관련 비즈니스는 비단 채굴(광업) 활동 뿐만이 아니다. 탐사, 채굴, 가공을 비롯하여 리튬 산업에서 사용하는 화학 제품, 산업화 및 상업화 시설까지 리튬과 관련한 것이라면 공급 사슬(supply chain)내 모든 분야가 YLB의 손을 거쳐야 한다. 


막대한 리튬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볼리비아의 리튬 생산량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개발 수요 급증에 따른 리튬 수요 동반 상승 전 볼리비아는 타국에서 생산하는 리튬만으로도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고, 볼리비아 광업 기업들 또한 자국 내 리튬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볼리비아는 내륙국가인 지정학적 특성으로 자국 내 생산 제품의 해외 운송 시 인접국인 칠레 또는 페루의 항구를 이용해야 하는 등 불리한 물류 조건  또한 리튬 개발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같이 볼리비아는 낮은 리튬 개발 자생력과 부족한 경제력, 산업역량 저조 등에 기인하여 자국 리튬 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 자본과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 리튬 산업 육성을 위한 공개 입찰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이 이끄는 CBC컨소시엄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사업자 선정 후 몇 개월 간의 협상을 벌인 끝에, 볼리비아 정부와 CBC컨소시엄은 총액 14억 달러(한화 약 1조 8,228억 원) 투자에 합의했다. CBC컨소시엄이 투자할 지역은 유우니(Uyuni) 소금 평원과 오루로(Oruro) 소금 평원으로, 볼리비아 정부가 전략적 리튬 개발 후보지로 지정한 장소이다. 이는 볼리비아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 개발 협력 의사 표현으로 해석되며 해당 프로젝트는 국영 리튬기업인 YLB와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볼리비아 정부는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한 리튬 직접 생산 및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CBC 컨소시엄과의 공동 사업을 통해 리튬 개발 기술을 전수받을 예정이다.  특히 볼리비아는 최신 리튬 채굴 기술인  ‘리튬직접추출(DLE, Direct Lithium Extraction)’ 방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전통적인 리튬 채굴 방식에 해당하는 ‘태양광 건조(Solar Evaporation)’ 방식의 수율이 30~40%에 불과한 것에 비해 DLE의 수율은 약 80%에 달해 동일한 리튬 원석을 채굴하더라도 더 많은 양을 상업화할 수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DLE 기술을 확보하면 볼리비아의 경제 성장을 한층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나아가 단순 리튬 자원 채굴국이 아닌 리튬 배터리 제조가 가능한 산업 국가로 변모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아르체 대통령은 외국 세력에 의한 자원 유출 방지 및 국제 사회 내 중남미 국가들의 발언권 강화를 위한 연합과 결집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중남미 국가 연합의 구심점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리튬을 거론했다.


활발한 리튬 수출 외교,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에 이은 세계 2위 리튬 매장국이다. 그러나 리튬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 볼리비아와 달리 아르헨티나는 이미 주요 리튬 생산국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2022년 기준 아르헨티나의 리튬 생산량은 6,200톤 가량이며 1위 호주(6만 1,000톤), 2위 칠레(3만 9,000톤), 3위 중국(1만 9,000)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다만, 절대적인 생산량에서 알 수 있듯이, 아르헨티나 역시 리튬 보유 수준에 비해서는 생산량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수출 광물 중에서 리튬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아르헨티나의 최대 수출 광물은 금과 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리튬 수출액 증가율이 금과 은의 수출액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고, 전 세계적으로 리튬 수요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 리튬이 아르헨티나의 최대 수출 광물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출 실적에 발맞추어 아르헨티나 국내 리튬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르헨티나 정부 역시 볼리비아와 마찬가지로 리튬이 아르헨티나의 미래를 크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아르헨티나는 국부 증진을 위해 당시 아르헨티나 최대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YPF(Yasimientos Petroleo Fiscales S.A.)를 국유화했고 지난 2022년에는 YPF 내부에 리튬 전담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리튬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정부 차원에서 리튬 개발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튬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라 리오하(La Rioja)주의 사례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라 리오하 주의 엘 레온시토(El Leoncito) 소금 평원 지대에서 발견된 리튬에 대해 라 리오하 주 주지사인 리카르도 퀸텔라는 리튬을 전략광물로 지정하고 기 승인된 모든 탐사 허가를 중단하는 법령을 공포했다. 또한 라 리오하 주는 동 법 제정 전 ‘제3자와의 파트너십 또는 단독으로 리튬, 구리 등의 탐사와 채굴을 담당’할 주정부 소유 공기업 Kalba S.A.P.E.M을 설립, 자원 국유화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모두 리튬을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고 있으며, 리튬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잠재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얼마 전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영국 등 13개국이 참여하는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회의에 참석했다. 해당 파트너십은 미국이 주도하는 모임으로, 중요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이번에 열린 회의에는 미국이 아르헨티나는 초청했는데, 회의 핵심 주제 역시 리튬에 관한 것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표로 나선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아르헨티나 경제부(Ministerio de Economía) 장관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번 회의에 아르헨티나를 초대한 것은 아르헨티나와 광물 무역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사 장관은 가장 중요하게 다룬 주제가 아르헨티나에서 생산한 리튬을 파트너십 참여국에 공급하는 방안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리튬 산업 부문에서 아르헨티나가 미국의 긴밀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와 미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s) 적용 대상국에 아르헨티나를 추가하는 안건을 두고 협상 중이며, 합의에 근접했다. 지난 2022년 통과된 IRA에 따르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한 국가만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이 되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아르헨티나는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 그러나 리튬 자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미국 역시 리튬 확보가 시급한 지금, 미국은 아르헨티나를 IRA 적용 대상국으로 둘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신설하려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IRA 적용 대상국으로 확정될 경우, 미국 광업 기업의 아르헨티나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사 장관 역시 아르헨티나 정부는 IRA 적용 대상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협상을 이끌어낸다면 대미 리튬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리튬 개발과 수출을 위한 아르헨티나의 노력은 EU와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진행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아르헨티나와 EU는 원자재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르헨티나-EU 원자재 개발 협력 양해각서의 핵심 대상은 리튬이다. 양측은 리튬을 비롯한 원자재 공급사슬 구성과 관련 기술 개발,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 그리고 합의 사항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실무자대상 언어ㆍ문화 교육과 노동 조건 조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문의 협력을 약속했다. 더불어, 양측은 MoU 교환에만 그치지 않고 체결일로부터 6개월 이내 로드맵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도 빠르게 시작하는데 뜻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는 자국 리튬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22년에 중국계 배터리 전문 제조사 고션하이테크(Gotion High Tech)와 손을 잡았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직접 파트너십을 체결한 고션하이테크는 아르헨티나 내에 전기버스 제조 플랜트와 리튬 배터리 제조 플랜트 건설을 약속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는 리튬 개발, 배터리 제조, 전기자동차 생산 등 리튬 이용 산업을 아르헨티나의 최우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계획 달성을 위해 미국, EU, 중국 등 다양한 해외 기구 및 기업과 다각도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리튬 관련 산업은 아르헨티나 광업 부문 내 가장 많은 고용 창출효과를 발생하고 있어 정부는 리튬 산업을 고용 창출의 발판으로도 이용하려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리튬이 아르헨티나가 고질적인 경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기에, 향후 리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추가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정부, 리튬 국유화 선언

세계 2위 리튬 생산국 칠레 또한 인근 중남미 이웃 국가들의 리튬 국유화 정책에 합류했다.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칠레 대통령은 지난 4월 리튬 자원과 산업을 정부가 관리·감독하고 리튬 생산 전 주기에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국영 리튬 기업을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 리튬 전략'을 발표했으며, 2023년 연내 국영 리튬 기업 설립 법안을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국유화 선언에 따른 민간 리튬 업체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 광업기업에 부여된 리튬 채굴 허가권은 약속한 계약 만료 시점까지 보장하되 신규 진입 기업에 대해서는 민관협력(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을 통해 진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칠레에서는 민간 광업 기업인 앨버말(Albermarle)과 SQM(Sociedad Quimica Y Minera de Chile) 이 리튬 채굴을 시행 중이며 정부는 리튬 국유화 실무 협상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조언을 구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보리치 정부는 리튬 국유화 선언 후 국영 광업기업인 코델코(CODELCO)가 리튬 관련 자회사 2개 사를 신설할 계획임을 발표했는데, 코델코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리튬 산업 내 코델코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리튬 산업에 대한 정부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칠레는 세계 2위의 리튬 생산국이자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다. 칠레 정부는 향후 칠레 광물 수출에서 리튬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며 세계 배터리 시장 성장에 따른 리튬 가치 증대 기조에 발맞추어 코델코를 통한 리튬 사업 개발로 칠레 경제 성장을 촉진할 방침이다. 리튬 국유화와 국영 광업기업 코델코의 리튬 자회사 설립 발표에 이어 칠레 정부는 민간 광업 기업 SQM과 리튬 개발 민관파트너십 체결 논의에 공식 돌입했고 코델코와 SQM은 아타카마(Atacama) 소금 평원 개발 방안에 대해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리튬 국유화 선언에서 실제 파트너십 논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리튬 산업 개발에 대한 칠레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칠레는 리튬 국유화에 앞서 국가 리튬 산업 진흥을 위해 리튬 산업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지난 2021년, 리튬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칠레원자력청(CCHEN, Comisión Chilena de Energía Nuclear)은 리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불필요한 형식적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CCHEN은 리튬 산업 신규 진입기업을 위해 연간 채굴 가능량 등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실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칠레 정부는 늘어나는 리튬 수출을 정부 재정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세제 개편안을 국회에 발의, 국회는 이를 최종 가결했다. 해당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많은 수익을 거두는 광업 기업이 이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칠레 정부는 이처럼 민간 기업에서 거둔 세금을 다시 리튬 개발 및 배터리 제조 등 연관 산업 육성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할 방침이다.


칠레 리튬산업 내 민간 부문의 약진도 눈에 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 기업 SQM은 영국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 업체 존슨 매티(Johnson Matthey)와 2028년까지 수산화 리튬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SQM과 더불어 칠레 내 리튬 개발을 진행 중인 글로벌 광업 기업 앨버말(Albermarle) 또한 리튬 국제 수요 급증을 예상하면서 생산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 외, 전 세계 전기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Tesla)는 최근 배터리 생산을 위한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칠레 정부와 접촉했다. 다른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리튬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 전기자동차 제조에 이르기까지 리튬과 연관된 통합 산업 네트워크 구성을 희망하는 칠레 정부는 각 부문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외국 기업과 지속적인 협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자원을 중심으로한 중남미 국가들의 결집, 광물 무기화 전략 우려


제2의 OPEC 탄생?

중남미 지역 국가들은 리튬 자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유화 조치를 시행하는데 더해 리튬 보유국 간의 연합과 결속으로 외부 세력의 간섭에 맞설 수 있는 대항력을 키우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멕시코의 주체성을 강조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은 전략 광물인 리튬 보유 중남미 국가들의 국익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의 설립을 주장한 바 있다. 아르체 볼리비아 대통령은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해당 제안에 대한 타당성을 피력하며 다른 리튬 삼각지대 국가들에 국제 리튬 기구 설립 지지를 요청했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결국 리튬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관련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여기에, 브라질까지 가세하면서 ‘리튬판 OPEC’ 기구 설립이 점점 더 가시화되는 양상으로 여타 중남미 국가들 역시 국제 기구 설립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석유 수출국 기구(OPEC,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를 통해 석유 자원 보유국의 국익을 제고하고 국제 발언권을 강화한 중동 국가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최근 중남미 국가들이 지난 2020년 이후 약 3년 간 유명무실했던 남미국가연합(UNASUR, Union of South American Nations) 재건 움직임도 중남미 국가 사이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자주권을 위한 외침인가, 배타적인 블록화인가

중남미 국가들은 최근의 리튬 자원 국유화와 인접 국가간 연대 강화의 목적이 국가 수입 증대와 리튬을 통한 경제 성장 동력 강화, 비즈니스 기회 및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국가는 민간 기업의 부족한 자본력과 개발 능력으로 인해 리튬 자원 활용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 차원의 리튬 산업 관리를 통한 효율성 제고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리튬 자원과 관련한 중남미 국가들의 행보는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들은 최근 리튬 산업 관련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주권을 언급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보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중남미 국가들이 단합하여 리튬을 비롯한 중요 광물 자원을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ㆍ외교적 무기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OPEC이 원유를 국제 정치의 외교 무기로 자주 활용했던 것 처럼, 중남미 국가들 역시 높아진 리튬 자원의 가치를 활용해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후진국으로 평가받았던 중남미 지역의 외교적 발언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발언대로 중남미가 미국과 서구 열강의 영향에서 한 걸음 더 벗어나고자 할 경우, 리튬으로 인해 국제 사회의 외교 판도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중남미가 리튬 자원으로 큰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 리튬 보유 국가들이 리튬 개발을 위한 경제력과 기술력 모두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일정 기간동안 외부와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리튬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 및 대안 발생 전까지 리튬 수요의 폭발적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남미 국가들의 리튬을 정치적•외교적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양상에 대응하여 리튬 자원을 현명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대응책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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