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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과테말라, 대선 이후에도 계속되는 사회 혼란
과테말라 EMERICs - - 2023/10/20
☐ 그치지 않는 길거리 시위
◦ 마리아 포라스 검찰총장 해임 요구
- 토착 원주민과 베르나르도 아레발로(Bernardo Avevalo) 과테말라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이 주도한 길거리 시위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테말라에서는 현지 시각으로 2023년 10월 2일, 수도 과테말라시티(Guatemala City)를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마리아 포라스(María Consuelo Porras)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하는 길거리 시위가 시작했으며, 약 2주가 지난 지금도 시위대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 시위대가 포라스 총장의 퇴진을 원하는 이유는 검찰이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선 1차 투표 이후 아레발로 당시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면서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그의 소속당인 풀뿌리운동(MS, Movimiento Semilla)을 시민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기소했으며, 법원은 활동 중지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선 투표에서 아레발로 당선인이 최종 승리하고 나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최고선거재판소(TSE, Tribunal Supremo Electoral)를 수색하여 투표용지를 압수하기도 했다.
◦ 포라스 총장 해임 요구는 곧 반정부 시위
- 포라스 총장 해임 요구는 단순히 자신들의 한 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포라스 총장은 알레한드로 히아마테이(Alejandro Giammattei) 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로, 아레발로 당선인과 풀뿌리운동을 포함하여 야권을 향한 사법부의 여러 공격을 진두지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실제로, 시위대는 포라스 총장이 자진 퇴진하지 않는다면 그녀를 임명한 히아마테이 대통령이 포라스 총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포라스 총장 사퇴 요구는 야권을 탄압하는 사법부에 대한 반발이자, 히아마테이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시위라고도 볼 수 있다.
☐ 멈춰선 과테말라, 정부는 강경 대응 의지
◦ 도로 점거 시위, 12곳에서 140여 곳으로 늘어
- 거리로 나선 시위대가 실력 행사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도로 점거이다. 시위를 주도한 토착 원주민 커뮤니티는 굳이 도로를 점거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위 초기 12곳에서 도로 점거 행위가 있었는데, 시위가 길어지자, 이제는 과테말라 전역 140곳에서 도로 점거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 시위대가 도로를 막자, 과테말라가 정지했다. 물류는 물론이고, 과테말라시티의 경우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가 봉쇄되면서 시가 필요한 물자 확보도 쉽지 않게 되었다. 시위대는 응급 차량이나 의약품 운송 차량 등은 통과시켰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결국 과테말리시티 당국은 시위대와 도로 개방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양측은 협상 끝에 30분 간격으로 도로를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시위대가 주장한 대로, 도로 점거는 정부가 적어도 시위대와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 강경 진압 예고한 히아마테이 정부
- 하지만 시위 기간이 2주를 넘어가자, 정부의 시위 대응 방침에도 변화의 기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시위의 가장 큰 원인이 된 포라스 총장이 시위대를 불법 행위를 저지른 집단으로 규정했다. 또한 히아마테이 대통령 역시 지금 시위대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 포라스 총장과 히아마테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후, 그동안 시위대와 대치하는데 머물렀던 경찰 당국은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진압반 사이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레발로 당선인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정부가 잘못된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독선적인 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포라스 총장과 히아마테이 대통령 모두를 비판했다.
☐ 국제 사회는 아레발로 당선인에 기울어
◦ 미국과 미주기구, 대선 후 과테말라 상황에 우려 표명
- 사실 지난 대선은 포라스 총장과 히아마테이 정부가 문제 삼을 만큼 잡음이 있었던 선거가 아니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60.9%의 득표율로 39.1%의 표를 얻은 여당의 산드라 토레스(Sandra Torres) 후보에게서 압승을 거두었다. 또한, 선거 등록 시기부터 유세, 그리고 투표일까지 여러 불합리한 공격을 받은 야당이었기에 부정 선거를 획책할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수 있다.
- 대선 직후, 미국은 과테말라 대선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치러졌다며 아레발로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건넸다. 그리고 과테말라 대선을 참관한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역시 투표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결선 투표 이후 검찰의 선거 무효화 시도가 계속 있자 미국과 미주기구는 모두 과테말라 정치 상황에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의 경우 “현 정부는 아레발로 당선인이 문제없이 취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정부 비판 언론인 항소심 무죄...검찰과 정부 태도에는 아직 변화 없어
- 한편, 최근 과테말라 법원은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엘 페리오디코(elPeriodico) 창업주 호세 자모라(Jose Zamora) 회장에게 내렸던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과테말라 최대 언론 중 하나였던 엘 페리오디코는 히아마테이 정부의 비리를 조사하는 기사를 다수 게재했다. 포라스 총장이 자모라 회장을 구속하자 과테말라 언론계에서는 표적 수사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 계속 이어지는 시위,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아레발로 당선인 지지, 그리고 정부 비판 언론인에 대한 항소심 무죄 선고까지, 포라스 총장과 히아마테이 정부는 계속 고립되어 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포라스 총장은 자진 사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히아마테이 대통령 역시 포라스 총장을 해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아레발로 당선인은 취임 후 현 정부와 검찰 실세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포라스 총장과 히아마테이 대통령이 많은 반발과 비판 속에서도 지금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아레발로 당선인을 위협으로 여겼기 때문일 수 있다. 아레발로 당선인 및 그 지지자와 저물어 가는 권력 사이의 대립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테말라의 사회·정치적 혼란이 수습될 수 있을지를 비롯하여 2024년 1월 아레발로 당선인의 무사 취임 여부와 포라스 총장과 히아마테이 대통령의 거취 변화를 계속해서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El Pais, Pro-democracy protests in Guatemala are standing firm, 2023.10.13.
Progressive Magazine, Protests in Guatemala Shut Down the Country for More Than a Week, 2023.10.13.
AP News, Guatemalan police begin clearing protesters’ roadblocks after president threatens a crackdown, 2023.10.11.
France 24, Court overturns sentence for Guatemala newspaper founder, 2023.10.14.
Reuters, Guatemala president says cannot remove attorney general amid protests, 2023.10.14.
Reuters, Guatemala's Arevalo says state using violence to counter protests, warns of possible 'siege', 2023.10.11.
AP News, Guatemala’s attorney general asks authorities to act against pro-democracy protests, 2023.10.10.
National Public Radio, Guatemala enters a 5th day of a national strike brought on by a political crisis, 2023.10.06.
The Guardian, Guatemala president-elect’s supporters block roads to protest party suspension, 2023.10.06.
Aljazeera, Demonstrators rally in Guatemala to defend presidential election results, 2023.09.19.
ABC News, Indigenous supporters march to defend Guatemala's president-elect amid vote fraud allegations, 2023.09.19.
Barron’s, Guatemalan President-elect Asks Courts To Remove Attorney General, 2023.09.18.
Investing.com, US calls for end to 'intimidation efforts' in Guatemala ahead of presidential transition,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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