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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바이든 新행정부의 對중동정책과 한반도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김은비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교수 2021/03/03

한국케미호 나포 사건 
2021년 새해 벽두의 국제뉴스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한국 화학운반선 한국케미(MT Hankuk Chemi)호 나포사건으로 시작되었다. 2020년 새해를 거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피살 사건으로 맞이했던 것에 이어 2년 연속 이란발 뉴스가 새해를 장식한 것이다. 한국케미호 나포사건은 이란이라는 국가의 정치체제, 그리고 혁명수비대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란과 우리나라, 그리고 미국 간 삼각관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특히 한국 계좌에 묶여 있는 이란의 미수금 문제가 이 사태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대(對)중동정책 및 미국-이란 관계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전 국민이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한편 이번 나포사건은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신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이후 대(對)중동 및 대(對)이란 정책의 전환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충격을 가져오고 있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과의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체결 당시 부통령이었음은 물론, 협정 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토니 블링컨(Tony Blinken)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하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前)대통령이 파기한 국제합의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선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도발이 미-이란 관계의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든 신행정부는 대(對)중동정책을, 특히 대(對)이란 관계를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가? 미국-이란 간의 관계는 개선의 희망이 있을까? 이를 통해 한국과 이란의 관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동· 대(對) 이란 정책 
바이든 신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전 정부의 정책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배타적 미국 우선주의보다는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동맹을 중시하고, 그간 약화된 소프트파워와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되찾는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이든의 과거 정치 이력과 발언들, 참모들의 인선, 그리고 이미 예고되었듯이 바이든이 취임 첫날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들을 원위치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정부 시기는 물론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까지 이어진 중국의 부상에 대한 위협 인식,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대중국 견제 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권에서 시작된 아시아 중시 전략은 지속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중동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노선은 약화될 전망이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와 유사한 기조 하에서 중동보다는 아시아를 중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셰일 혁명 이후 미국의 대(對)중동 에너지 의존도 하락 역시 이러한 전략 선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택적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문제에 깊이 개입하였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부인, 이란에 대한 불신,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치적 이해관계 합일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므로 국제질서의 변화, 바이든의 정치적,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바이든 정부는 전통적인 동맹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끌어올리고 자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경쟁구도를 유지하며 중국의 부상과 세력권 확대를 저지하는 데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들과의 연합전선 강화가 필수적이며 중동, 특히 이란과의 갈등을 최소화하여 정치적, 경제적 노력이 분산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란과의 핵합의 복귀 및 대(對)이란 제재 완화는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정책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넘어야 할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다.

역내 장애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바이든의 당선 및 취임에 따라 변화할 지역 정치구도에 가장 큰 우려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안(중동평화계획) 마련 등 나름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또한 미국의 중재 하에 카타르, 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과 ‘아브라함 협정’이라고 불리는 국교정상화 협정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우파는 국내에서 정치적 힘을 얻었고, 국가적으로는 UAE, 바레인 등 이란을 주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아랍국가들과 함께 이란에 저항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당당히 역내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바이든 신행정부가 추구하는, 미국의 핵합의 복귀를 포함한 ‘트럼프 실정에 대한 복구’ 차원에서 보자면 이스라엘은 트럼프 시기에 누렸던 정치적 이권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예루살렘의 미대사관을 옮기는 등의 조치는 하지 않겠으나, 과거 오바마 정부가 유독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문제 등에 있어 비판적 기조를 유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검찰 기소의 목전에 있는 네타냐후가 전폭적인 미국의 지지를 받는 것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하고 미-이란 간 긴장이 약화된다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브라함 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고, 중동지역 개입 최소화 전략에 따라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강도 역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지역 내 패권을 두고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미국-이란 간의 갈등 양상은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자국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 이란의 세력 확장을 저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사실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의 하락, OPEC의 감산 협상 간 벌어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와 트럼프라는 두 스트롱맨의 친밀도는 매우 높았다. 트럼프가 카쇼끄지 (Jamal Khashoggi) 살해사건 이후 빈 살만을 두둔해주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공동의 적인 이란에 대항하는 데 있어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이스라엘을 더 중용하는 모습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역내 주도권을 놓칠까 하는 두려움을 갖게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주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합의 복귀와 제재 완화를 통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계획하는 바이든 정부의 등장은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반갑지 않을 공산이 크다. 최초 JCPoA 합의 후 일부 대(對)이란 제재가 완화되면서 짧게나마 경험한 이란 경제의 부활 움직임, 이란 내 강경파의 활개, 왕정을 혁파한 이슬람주의 혁명 아이디어 전파 등의 두려움은 이란이 언제까지나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감시 속에서 웅크리고 있기를 바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속내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셈법을 배제하더라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양국이 느끼는 이란의 군사적 위협 역시 크다. 미국의 중동지역에서의 정치, 군사적 개입 축소는 이란의 적대적 행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연말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이 비밀리에 회합을 한 이후 이란의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Mohsen Fakhrizadeh)가 테헤란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가 그 배후에 있다는 추정과 함께 이것이 이란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란은 올해 들어 우라늄 농축 한도를 2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으며 연일 미사일 발사훈련, 미사일 기지 공개, 대규모 해상훈련 등을 하며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실질적 위협 하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양국이 미국의 대(對)중동정책을 반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란 내부 문제 
그러나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향한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양국 내부의 문제일 것이다. 먼저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나라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며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동안 손상된 국제적 리더십과 동맹관계, 국내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 문제도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그러나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로 눈앞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국내 문제, 특히 코로나19 문제 해결과 같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 동안 이란에는 협상과 개혁을 요구하는 현 정부가 아닌 보수 강경파로 구성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오바마 정부 시기 JCPoA가 체결 가능했던 것도 카운터파트였던 이란의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대통령이 협상을 선호하는 온건파였기 때문이었다. 바이든 정권이 맞이할 상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양국의 긴장 관계는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 역시 많은 국내 문제에 봉착해 있다. 미국의 오랜 제재와 저유가로 인한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것이다. 정부의 대응은 무능한 데다가 발병 초기, 바이러스 전파가 고위 성직자와 정치인들로부터 시작되면서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 중동 지역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란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시아벨트(Shia-Belt) 국가를 포함한 주변국의 눈총을 사고 있는 가운데, 자국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아 국가들을 지원한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사실 이란은 정부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보수 강경파가 정치 세력을 장악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로 인해 오는 6월 있을 대선에서도 강경파가 우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며, 고령인 최고지도자 후계자 인선 문제에 있어 IRGC의 개입이 깊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층적 정치경제 문제와 심각한 민심 이반 속에서 IRGC는 6월 대선 및 최고지도자 후계자 인선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정치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금력 확보와 국내 지지 세력의 결집이 요구된다. 솔레이마니 피살 1주기를 맞이하여 미국에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군사력을 과시하고, 우리나라 선박을 나포하는 등의 행동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며 이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그들의 강성을 어필하고, 미국의 신행정부에도 협상의 주도권을 잡는 것으로 생존 전략을 삼은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협상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한반도 
그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파병 논의로부터 석유 수입 제한, 원화 결제자금 동결, 이번 한국 선박 나포까지 우리는 미국과 이란 어느 한 국가도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입장에서 정치·군사적, 경제적 곤란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위에서 언급한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바이든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를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익과도 즉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한국케미호 나포와 원화 자금 동결 사건에서 노출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대(對)미, 대(對)이란 대응에서의 수동성과 피동성은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보여준 우리나라의 저력과 경제/군사력은 우리나라가 충분히 동맹에 기여할 수 있는 강한 국가이고, 신뢰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상국가임을 증명했다. 미국과 중동국가들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우리의 의사를 피력하고 핵심 의제들을 주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외교적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마침 동맹과 다자외교를 중요시하고, 중동 문제에 있어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다. 과거 정권과 비교되는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가진 미국과 외교 문제를 협의해 나가게 된다. 우리나라도 외교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당면한 장애물을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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